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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의 통일성이 사라진 곳에서... 철학에 대한 갈증이 생겨난다." 헤겔 아저씨의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이면 배워야 결여를 깨닫게 되고, 알아야 앎에 대한 갈증이 생겨나겠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무지니까요.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면, 앎의 반은 시작된 겁니다. 제가 "방향성을 가진 독서 모임이면 좋겠다"고 리플에 썼지만, 일단은 이것저것 읽으면서 우리가 모르는 것들, 그 중에서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무지"를 찾는 것도 참 좋은 일 같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뢰벤하임-스콜렘 정리(논리학)나 해밀턴-케일리 정리(대수학)를 아시는 분은 많지 않겠지만, 이 무지가 지적 갈증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박현숙 선생님처럼 군주론을 읽고나서 정치학이나 정치사상사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분은 충분히 있을 겁니다. 그런 분을 만나면 저도 다음과 같은 책을 추천하고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읽을 수 있게 되겠지요.

조지 세이빈 외, <정치 사상사 1,2> 한길사
레오 스트라우스 외, <서양 정치 철학사 1-3> 인간사랑

둘 다 한계와 편향이 분명하긴 하지만, 정치학과에서 교과서로 쓸 만한 표준적인 저작입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주요 사상가들과 그 저작들로 넘어가기 딱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하죠. 서양만 있느냐, 그건 아닙니다.

소공권, <중국 정치 사상사>, 서울대 출판부

궁리닷컴의 표정훈씨가 강력히 추천하는 이 책은 위의 두 책에 상응하는 명저입니다. 정치 사상사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면 이 책 정도(1000페이지가 넘긴 합니다만)는 읽어 줘야 합니다.

물론 압박감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 정치 사상 재미있네, 라고 생각하신다면 이런 책이 있다는 것도 한 번쯤 들으실 기회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소장만 해도 뿌듯하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2.
마키아벨리를 정치사상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정치"와 "덕"을 분리시켰기 때문입니다. 중니 공구 선생이 政者正也라고 했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도 정치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은 분리되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기독교적인 중세에서는 더하면 더 했구요. 그러다가 정치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현대적인 관점이 마키아벨리에서부터 처음 생겨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번역이 매우 안 좋기는 하지만)

매킨타이어의 <덕의 상실 After Virtue>

가 마키아벨리와 같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추천합니다. 그리스에서 "좋음"이란 "탁월함"이었고, 스피노자가 "좋다good"라고 할 때, 그 "좋음"의 기준은 아마도 영혼에 유익하다는 것이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음/선 good"이 "이익 interests"과 동의어가 되는 시대가 오거든요. 그러니 인권, 민주적 절차 등등이 막장이 되어도 "경제만 살리면 되는" 거죠(하지만 적어도 마키아벨리 자신은 아직 그런 막장은 아니었다는 것).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나, 도대체 공화정의 이념, 시민의 자유와 권리 등등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무시되는가, 그런 걸 고민하려면 근대 정치사와 정치 사상사 정도는 봐주는 게 좋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게 '교양'이 된다면 적어도 "법치"라는 단어를 "국민들로 하여금 법을 존중하게 하도록 법을 엄하게 적용한다"는 의미로 제멋대로 쓰거나 이해하는 일은 없겠죠.  법치주의라는 말을 만들어낸 서양의 경우, 법의 지배(rule by law)란 애초부터 "군주의 자의적 지배"를 막기 위해 탄생한 이념이었으니까요. 동양에서 법치가 비록 "인치"와 대조되는 "제도에 의한 정치"라는 의미로 쓰였고, 상앙과 한비자 덕분에 냉혹한 정치라는 뉘앙스를 갖게 되긴 했지만, 적어도 법치든 인치든 모두 "군권"과 "신권"의 상호 견제를 통한 조화라는 유교 정치적 이념을 버린 적은 없거든요.

3.
마틴 가드너 아저씨 덕분에 알게 된 시 구절 하나.
 
Man is a small thing, but the night is large and full of wonders.

여기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독서 모임을 통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무지의 밤을 "친구들과" 함께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
    박현숙 2009.04.26 09:05
    앗 깜짝이야... 제목에 제 이름이 나오다니...^^

    플라톤 <국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로크 <통치론>... 정치사상사 하면서 대충 떠올린 책목록입니다. 원기님이 추천해주신 위의 책은 처음 들어보는 제목들이니, 무지의 밤에 숨어있는 보석들이 정말 많군요. 추천의 변만 읽어도(표정훈 옆 ‘추천’에 잘 표시 안나지만 링크) 가슴이 설레입니다. 같이 읽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며, 안되면 소장만으로도 뿌듯하다니 노후대책을 위해서라도 일단 구입해야 겠어요.^^

    요즘엔 좋은 책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다른 책에 대해 계속 동기부여를 하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버만의 <현대성의 경험>을 읽으면서, 파우스트, 보들레르, 특히 도스토옙스키를 포함한 러시아 문학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 자체라도 보고 싶어 러시아 영화까지 찾아보았죠. 아무튼 읽고 싶은 책이 많아져서 저의 노후가 심심하진 않을 것 같아요.^^

    “삶의 통일성이 사라진 곳에서....철학에 대한 갈증이 일어 난다”
    헤겔님은 최소한 한 인간에겐 매우 정확한 말을 하셨군요.
    삶에 대한 총체적 이해, 혹은 혼돈의 극복.. 이것이 제가 뒤늦게 철학에, 그리고 인문독서에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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