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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Greeks(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 키토, 박재욱 옳김, 갈라파고스

제2장 그리스인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 그리스와 예술, 그리고 초기 문명의 발자취





 미노스 문명은 기원전 4000년 경 신석기 시대를 무대로 시작해서 기원전 2800년 경에 청동기 시대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번성하여 크레타의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서서히 에게 해의 섬들과 그리스 중부와 남부의 많은 지역들, 나아가 소아시아의 해안과 팔레스타인 지방까지 확산되었다. 마침내 기원전 1400년경에 크노소스가 약탈당하고 파괴되면서 막을 내린 후 그리스 본토의 몇 지역이 상속자가 되었는데 이들의 대표가 미케네이다. 이 미케네 문명의 마지막 단계가 바로 ‘일리아스’의 배경이다.





미노스 문명은 정치적으로 해상 권력에 근거를 두었고 대단히 부유하였으며 크노소스 왕궁은 행정 중심지였다. 여러 유물들을 볼 때 이 문명이 대단히 우아하고 힘찼으며 쾌활하고 풍요로웠음을 알려준다. 미노스인의 예술에 관한 유물은 넘쳐나나 그들의 사상과 경험에 대해서는 추측만 할 뿐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그림으로 남긴 모습을 통하여 혈통을 보건대 그들은 날씬하고, 짙은 피부색에 검은머리를 가진, 북아프리카 기원의 ‘지중해’ 계통임을 분명하다. 이들 중 일부가 그리스 지역에 까지 올라가 정착했을까? 우리로서는 모르는 일이다.


크레타 예술의 마지막은 거의 단절되지 않고 직접 본토의 미케네 문화로 이어진다. 미케네 문화를 이룩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문명 이전에 다른 두 문명이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스스로 그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집단이 둘 있는데 아테네인과 아르카디아인이다. 아르카디아는 페레폰네소스 중부 산악지방으로 정복이 힘든 지역이고, 아테네 영역인 아티카 또한 척박한 토양으로 침략적 매력이 없는 곳이다. 후대 그리스인은 헬레네스가 아닌 원주민의 존재를 믿었는데 그들을 필라고스인이라고 했다. 헤로도토스는 그리스 기원에 관해서, 후대 그리스인의 주된 주 부류인 이오니아인과 도리스인 중 이오니아인이 혈통상 펠라스고스인이고, 도리스인을 헬레네스라고 주장했다. 펠라스고스인은 바르바로스의 언어, 즉 헬레네스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였다. 헤로도토스는 이오니아 그리스인을 헬레네스에 동화된 바르바로스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전승들을 신뢰한다면 다음과 같이 설명이 가능하다. 아티카와 펠로폰네소스에는 헬레네스와는 다른 인종의 원주민이 거주했다. 어느 시점 북쪽에서 그리스어 쓰는 사람들이 이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이주해 오면서 자신들의 언어를 강요했지만 이 두지역의 두메산골은 이런 이민자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어에서 원래 그리스어가 아닌 낱말들이 있다. 히아킨토스, 코린토스, 라비린토스, 그리고 놀랍게도 아네테와 아테나 여신의 이름도 그리스어가 아니다. 아테나 여신과 그녀의 백성들이 그리스인보다 먼저 존재했다.





헬레네스 인들은 남성신을 숭배하고  크레타 인들은 여성신을 숭배했다.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족보를 가진 아네테인과 아르고스인들은 각각 아테나와 헤라라는 여성 신을 숭배했고 그 여신들의 이름은 헬레네스 말이 아니다. 제우스는 나중에 아르고스의 헤라와 결혼을 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인종이 달랐을 두 집단의 융합을 의미했을 것이다.





남신과 여신이라는 그리스 종교적 측면을 보아도 그리스 문화가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두 문화의 계승자라는 가정이 쉽게 설명된다. 올림포스 신의 숭배는 부족이나 국가, 가문을 보호해주는 관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과 대비적인 여신으로 대자연의 신비로운 생명력에 대한 숭배가 있다. 이 두가지는 종교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달랐고, 조금 거칠게 말하면 남성신은 유럽의 개념이고 여성신은 지중해 개념이며 크레타 미노스 문명의 직계이다.





도리스인들 보다 적어도 2세기나 앞서 아카이아 그리스인이 먼저 왔다. 이들은 아트레우스와 그의 아들들 아가멤논, 메넬라오스이고 아킬레우스와 동료들 역시 아카이아인이다.  호메로스가 노래한 이 갈색머리의 아카이아 인들은 그들이 지배하던 검은머리 사람들과 분명히 구분된다. 이들은 봉건귀족과 유사했고 신민들을 다스렸다. 아트레우스가 미케네에 건설하여 아들 아가멤논에게 물려준 왕궁은 궁전이 아니라 요새였다. 호메로스의 전승은 소수 정복자 계급의 전유물이었고, 이 정복은 자신들보다 문명이 더 발달했던 복속민들을 지배했고, 그들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기원전 15세기말과 14세기 초에 많은 지역들이 혼란에 빠졌고, 그 혼란의 주도자는 아카이아인들이었다. 기원전 13세기초 펠롭스(펠로폰네소스란 ‘펠롭스의 섬’이라는 뜻)는 소아시아 리디아 출신으로 에게 해를 건너 올림피아 근처 엘리스 왕실과 결혼했다. 그 후 그의 손자 아가멤논이 아카이아 연합군을 이끌고 트로이에 간 때가 기원전 12세기 이다.





그러나 기원전 1100년에 새로운 정복자인 도리스인이 그리스 중북부에서 내려왔고 미케네 시대는 기원전 12세기 말에 종말을 맞이했다. 도리스인은 대량 살육으로 오랜 문명을 단숨에 끝장 냈으며 암흑기, 곧 3세기에 걸친 혼란의 시대를 초래했다. 이 암흑기가 지나고 나서야 고전기 그리스가 등장하며 갈색머리 아카이아인은 그리스가 낳은 짙은 머리색 사람들 속에 흡수되었다.





암흑기 이후에 등장한 고전기는 유럽에서 최초로 문명과 예술을 꽃피운 기적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그 시대 예술은 완전히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오히려 르네상스였다. 혼란의 시대의 융합의 산물이다. 미노스적인 것과 헬레네스 적인 것의 융합이다.





미노스 예술품은 풍부한 예술적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지성주의가 결여되어 있다. 반면 헬레네스는 북부의 산지에서 내려오면서 아무런 예술도 가져오지 않았으나 너무나 지성적인 언어를 가져왔다. 그리스어의 구조는 명료함, 제어력, 잘 짜인 구조가 특징이다. 또한 개념들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의미와 감정의 미묘한 차이들마저도 극도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리스의 본성이다. 정확함, 예민함, 명확함이 그리스어의 본성이다.





가장 포괄적인 의미로서 그리스 예술의 위대성은 상반되는 두 가지 원칙을 완벽하게 조화시킨다는 점이다. 그리스 예술은 너무나도 지성적인 성격을 띠면서도 강력한 힘과 열정을 지녔다. 힘과 열정이 지성에 의해 너무나 잘 통제되기 때문에 더욱 더 압도적이다.





한 민족의 정신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 정신이 만들어 낸 언어구조이다. 명료성과 진지함, 구성능력과 더불어 민감한 감수성과 우아함이 소위 그리스의 기적의 비밀이며 이것은 서로 다른 문화들의 융합으로 설명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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