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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7 08:52

희랍적 사고방식

조회 수 3809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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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기님이 추천해주신 거쓰리의 ‘희랍철학 입문’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비전공 학부생을 위한 강의에 토대한 글로 자세하고 친절한 착한 책입니다^^ 그 중 특히 1장 ‘희랍적 사고방식’은 스넬의 글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스넬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 문학 중 저는 비극에 가장 끌리더군요. 대학 때 안티고네 연극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구체적 내용은 잊었지만 그 때 느꼈던 어떤 처연함 같은 것이 그대로 살아 나는 듯 합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기에 이런 이런 비극을 만들어 냈으며 요즘 시대는 왜 비극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희랍 철학 입문’(탈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스리, 박종현 역, 서광사


제1장 희랍적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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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4세기의 희랍의 지적 풍토에서 이루어진 철학 저술들을 오늘날 우리는 전혀 다른 시대와 풍토에서 읽음으로서 왜곡된 지각이 되기 쉽다. 희랍적 사고방식과 우리의 사고방식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시대의 배경을 떠난 현대적인 관점에서 희랍사상을 이해할 경우 잘못 이해하기 쉽다. 시대를 고려한 이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그 시대의 무의식적 전제가 무엇인지를 바로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콘포드는 어떤 주어진 시대에 있어서건 철학적 논의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일련의 가정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화이트헤드도 “그 시대 모든 상이한 체계의 지지자들이 무의식 중에 전제로 하는 어떤 기본적인 가정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현대에는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없이 받아들이고 있듯이 희랍시대에 무언중의 받아들인 전제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언어를 통하여 접근해 보자. 언어와 사상을 풀 수 없게 얽혀 있으며, 또한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친다. 철학적 중요 용어에 대하여서 엉성한 번역 대응어에 만족하기 보다는 유래와 용법에 대해서 얼마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이 되는 세 가지 개념 ‘justic', 'virtue', 'god' 에 대해서 예를 들어 보자



justice(정의) : 원래 말은 “dike" 로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처신하는 방식 내지 관습, 도는 자연의 정상적인 진행 내지 추세라는 의미이다. 즉 정상적인 것, 당연한 일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것이 플라톤의 <국가>에서는 사람이 자신의 본연의 신분을 알고, 그것에 충실한 것이 올바른 행위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다. (계급차별성이 포함되어 있음)



virtue(덕) : 원래는 "arete" 인데 어떤 것에 능함 또는 훌륭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이  단어는 단독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용어라는 것이다. 즉 ‘누구의 arete인가?’, 혹은 ‘무엇의 arete인가? ’ 라고 쓰였으며 단독으로는 불완전한 단어이다. arete 는 무엇보다는 특정한 일에 있어서의 숙달 또는 능함을 의미했는데 그것은 거의 직업과 관련된 것이다.



god(신) : "theos"로서 ‘신’이지만 이 때 신은 기독교의 신과는 구별된다. 기독교에서는 먼저 신의 존재를 단언한 다음 신의 속성을 열거(‘신은 사랑이다’)하는 반면 헬라스에서 theos는 주로 서술적 기능을 갖는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갑작스런 기쁨이나 고통의 충격이 올 때 그들은 ‘이것이 신이다’ 라고 말한다.(‘사랑은 신이다’)



 또 하나의 무의식적 전제는 그 시대의 마법적 사고이다. 마법은 하나의 원시적 형태의 응용과학이고, 응용과학은 자연법칙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 시대 가장 기본적인 법칙은 ‘함께 느낌의 법칙’ 이었으니, 이것은 우리가 지금 보기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것에 그들은 연관성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연관성은 사람과 초상, 사람과 이름 사이에서도 성립 한다. 우리가 지금 보기에는 전혀 이치가 닿아 보이지 않으나 그들의 지적 상태에서는 어떤 것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거나 동일시 된다. 그러므로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크라틸로스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 사물도 안다’, 라고 말하고,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있어서 logos의 개념은 말인 동시에 진리이며 현실이 된다. 피타고라스가 ‘사물은 수이다’ 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학적인 천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논리 이전의 정신 상태는 수와 수로 세게 되는 대상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희랍 사상가들이 씨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되며 희랍 사상사는 어떤 면에서는 이와 같은 선입견에서 해방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철학적 기질에 대해서 알아보자

철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우주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로서의 사변적이고 과학적인 면과 더불어 소우주로서의 인간의 삶의 실천에 관한 면이 있다. 철학이 성숙함에 따라 비판철학이 발전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논리학, 인식론 지식이론 등이 포함된다.

희랍에서도 먼저 우주론을 설명하는 자연철학자들이 나타났고 , 그 열풍이 사라지자 회의론으로 동요되면서 소피스테스 및 소크라테스가 등장하여 인간의 행위의 철학을 하게 된다. 또한 사고 자체를 주제로 삼는 비판 철학도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에 의해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제기된다. 그런데 철학에도 어떤 기질적 반응이 있으니 다음 질문에 대답해 보자

“이 책상은 무엇인가”



 ‘나무’라고 대답한 사람은 사물의 본질을 질료로서 파악한 것이고, ‘책이나 종이를 놓는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사물을 목적이나 기능으로 파악한 것으로 이는 형상과 관련된다. 이것이 희랍 정신에 나타난 대표적인 대립으로 질료와 형상 간의 대립이다. 이오니아 학파 및 그 이후 원자론자들은 질료로 응답했고,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으로 응답하였다. 이러한 질료 철학자와 형상 철학자, 혹은 물질론자와 목적론자의 구분은 어느 시대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분으로 희랍시대부터 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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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기 2009.02.07 08:52
    와우, 너무 많은 걸 해주시는데요? ^^; 거드리의 책 제1장은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읽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 언어를 통해서 사유를 들어가야 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있든지) 인간이란 다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종종 몰역사적인 시대착오를 만들어냅니다. 역사적인 이해는, 왜 그들이 "다른 것"을 보고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겁니다. 어떻게 다르게 느끼고 생각했는지를 알지 못하면 전혀 다른 종류의 것들을 다 같은 것으로 치부하게 됩니다.

    그리스 비극에 대해서라면 앞서 소개한 대로 천병희 선생의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번역본이 있습니다. 천병희 선생은 그리스 비극에 대한 교과서적인 저술 <그리스 비극의 이해>를 썼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석'을 중심으로 한 책으로는 김상봉 선생의 <그리스 비극에 관한 편지>를 권합니다. 개별적인 작품 및 작가론을 통합한 책으로는 임철규 선생의 <그리스 비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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