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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7 18:10

뇌와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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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국가


이 지구상에서 <국가>를 형성하며 살고 있는 유일한 존재는 인간 밖에 없다. 국가는 정말 실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개념적으로만 존재할 뿐인 것인가? 물론 정보 자체를 실재(reality)로서 본다면 국가는 실재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알려져 있듯이, 국가 구성의 3대 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이다. 이 중에서 영토와 국민은 감각 물리적 느낌을 갖게 하는 터라 실재한다고 쉽게 여길 수 있긴 하지만(그럼에도 영토와 국민 역시 그 안에 정보적 의미의 상징작용과 여전히 얽혀 있다), 아무래도 <주권>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가상성을 띤 정보적인 상징에만 속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주권이라는 개념 형성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 속에는 오랜 시공간의 누적적인 실제 역사의 물리적인 형성 과정 없이 성립되기란 불가능하다고도 볼 수 있다. 공유화된 개념의 기반에는 그러한 개념이 통용되기까지의 유래된 실제적인 역사까지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라는 것은 실재한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분명 우리의 몸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 무엇이다.

다만 그것의 감각 인지적 과정들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도 각 개인들마다 서로 다를 수 있겠다. 어떤 이에겐 <불안한 국가>로, 또 어떤 이에겐 <행복한 국가>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국가라는 실재는 우리 몸의 뇌와도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어떤 국가냐 하는 문제는 어떤 몸의 뇌를 형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만일 모든 문제와 사안들이 그저 뇌(brain)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한국이 자살율 세계1위가 된 문제를 그저 뇌 안의 뉴런 연결망이나 신경전달물질의 분포나 상태에서만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자살의 온갖 다양한 유형들을 그저 뇌 안에서만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은가. 요컨대 한국사회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국가의 사회 정책들을 뇌 속에서 발견할 수 있겠는가?

물론 국가로부터 받게 되는 스트레스의 몸 흔적들은 어느 정도 찾을 수 있겠으나 그것의 구체적인 양상들과 분석들을 단순히 뇌 속에서만 찾을 순 없다는 얘기다. 사실상 이를 살펴보려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공간적인 맥락 및 우리 사회 전반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국가도 신경화(神經化)된다는 사실은 어쩌면 체화된(embodied) 인지(혹은 마음)의 입장과도 비슷할 수 있다. 다만 실재적 작동에서 국가와 뇌가 등가적 취급을 받을 순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경우 각각의 인지적 신체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국가관들이 있을 터이고 이것은 또다시 사회적으로 산출되면서 전체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를 형성할 것이다. 이는 계속적으로 <나선형 피드백>spiral feedback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이 경로와 작업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안에 체화되어 있는 <이데올로기>라는 것도 바로 그러한 것들에 속한다.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각성은 거의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반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을 경우 그와 관련하는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반응은 거의 기계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에 가깝다. 이윤 추구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고민이나 학업 취업 스펙 경쟁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도대체 이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된 의문보다는 대체로 "남들 다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주체의식 없는 답변과 반응들은 정말 허다하다. 모두 신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개인의 무의식은 자동반응으로 드러나지만, 사회집단의 자동반응은 대체로 <관행> 혹은 <관례>로서 드러난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우리 사회의 관행적인 병폐들이 암암리에 드러나기도 했었다. 물론 모든 관행들이 죄다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관행에 대한 자각은 상당히 힘든 것이다. 우리 자신의 뇌 속을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뇌 안에서만 찾기 힘든 그 무엇인 것이다. 

실제 우리의 자유가 착각이라는 점은 이점에서도 잘 드러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온갖 사회적 관행들 그리고 문화 및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의 노예적인 삶을 살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자유의지에 대한 문제는 신경과학에서도 다루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로서의 자유의지를 다루고자 한다면 인문 사회과학까지 포함하는 전반에서 이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개인 사회 국가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을 재점검하고 다시금 재수립하는 신경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예컨대 세바스찬 승의 커넥톰(connectome)이 말하는 4R, 곧 재연결(Reconnection), 재가중(Reweighting), 재배선(Rewiring), 재생성(Regeneration)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 뇌 안에서의 연결일 뿐이다.

그렇기에 실제적으로 나는 우리 사회 전체가 다함께 맞물려 <재연결>, <재가중>, <재배선>, <재생성>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매순간 시시각각으로 사회화되고 있는 문화적 변이의 사회적 존재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몸학에서 "정보도 음식"이라는 얘길 곧잘 강조하곤 한다. 그것은 실제로 우리의 몸에 관여하며 새롭게 몸의 형성시킨다. 즉, 그것은 우리 뇌 속 뉴런과 시냅스가 형성하는 화학반응과 전기반응에도 분명하게 관여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에 대해 어떤 국가를 형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나의 뇌 속의 뉴런 문제는 결코 이분화되어 있지 않다. 단지 우리는 이를 의식상에서 추상화해서 이를 추출하고 있는 것뿐이다. 

또한 거의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뉴런을 작동시킨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집단의 힘, 문화의 힘이 무서운 것은 아무런 의문이나 자각 없이 이를 지극히 당연시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양심적인 내부 고발자를 오히려 핍박하거나 왕따시하는 것도 결국은 이런 맥락에서다. 때론 무분별한 온정주의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국가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 자체를 부정시하거나 회의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근본주의적인 아나키스트나 <국가 부정론자>야말로 구체적인 현실의 삶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된다. 보다 중요한 현재의 관건은, 좀 더 바람직한 모습의 어떤 국가를 형성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네 몸삶의 실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가치관들이 난무하는 혼란스런 사회적 삶 속에서 보다 깨어 있는 합리적 자세를 견지한다는 건 그야말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디 대한민국 사회가 이제는 낡은 옷을 벗고 새롭게 다시 깨어야 할 때가 되지 않은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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