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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양장본

크리스토퍼 코흐 지음 | 이정진 옮김 | 알마 | 2014년 09월 01일 출간


신경생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의 학문과 삶에 관한 매혹적인 회고록. 물리적 실체가 없는 의식을 어떻게 실증적 과학으로 연구할 수 있단 말인가? 위와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의식의 과학’은 가장 최근에 연구가 시작된 과학 분야 중 하나이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인상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도대체 어떻게 물리적인 형태를 지닌 어떤 물체가 비물리적이고 주관적이며 의식적인 상태를 발생시킬 수 있단 말인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신경과학자의 역할이란 의식이 과학적 실험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그칠 뿐이었다. 이처럼 과학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의식’을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젊은 개척자, 의식의 본질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 선구자가 바로 크리스토프 코흐다. 

코흐는 자신의 지난 연구를 종합적으로 돌아본 이 책 <의식>을 통해 의식을 연구하는 현대과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동안 어떤 흐름으로 발전해왔는지를 생생하게 개관한다. 의식 연구의 진전을 이루어낸 동료인 프랜시스 크릭을 비롯해 네드 블록, 데이비드 찰머스, 줄리오 토노니, 볼프 싱어 등 수많은 과학자 및 철학자의 활약, 그리고 그들과의 교유를 때로는 애정을 담아, 때로는 비판적으로 그리면서 의식 과학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전달해냈다.

머리말

1장 의식을 향한 출발 
2장 개인적인 이야기
근심 걱정 없이 과학자로 자라나던 유년기 | 신경세포의 생물물리학 공부하기 | 칼텍, 가르침, 연구 그리고 물리학자로서 뇌를 보는 관점 | 다시 한 번 의식의 틈에 이르기까지
3장 의식 문제의 정의
감각질과 자연계 | 의식의 기능은 무엇인가? | 의식을 정의할 때의 어려운 점 | 동물의 의식에 관하여 | 의식 자체에 관하여
4장 실험실에서의 의식
뇌 속 의식 찾기 | 눈앞의 물체 숨기기 | 모든 뉴런이 의식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 신피질의 고차 영역에 있는 뉴런들은 의식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 무엇인지 눈으로 보기도 전에 알아보기
5장 임상에서의 의식
의식의 특정 내용을 조정하는 회백질의 작은 덩어리 | 호머 심슨과 제니퍼 애니스턴을 부호화하는 개념뉴런 | 의식은 대뇌반구 둘 중 하나에서 생성될 수 있다 | 의식은 좀비를 남겨둔 채로 영원히 달아나버릴 수 있다
6장 무의식
뇌 속의 좀비 | 사회적 무의식 | 무의식의 광범위한 영향력은 나의 탐구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7장 자유의지와 뇌
엄격한 의미에서의 자유 대 현실적 관점에서의 자유 | 고전물리학과 결정론: 시계장치우주 | 시계장치우주의 종말 | 양자 사건의 중첩을 자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마음의 자유 | 행동 다음에 오는 의지 | 주간감 혹은 의지의 의식적 경험 | 주변 상황 알아보기
8장 정보 통합과 뇌
개는 의식을 가지는가? 그리고 의식은 뇌에서 비롯되는가? | 의식은 복잡성에 내재되어 있다 | 의식과 정보이론 | 통합정보이론 | 범심론과 테야르 드 샤르댕 | 겸허한 이별에 대한 생각
9장 새로운 지평을 향해
중증 환자를 위한 의식 계량기 | 광유전학을 이용한 의식의 발자국 따라가기 | 새로운 지평에 서서
10장 마지막 문제
이원론, 영혼 그리고 과학 | 종교, 추론 그리고 프랜시스 크릭 | 이신론 혹은 신성한 설계자로서의 신 | 유신론 혹은 간섭주의자로서의 신 | 과연 계시와 《성서》가 도움이 될까? | 죽음은 낙원에도 있다 | 나의 깃발을 돛대에 매달며

감사의 말 | 옮긴이 말 | 참조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실증적 과학으로 의식의 본질을 연구한 낭만적 환원주의자!
선구적 신경생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의 학문과 삶에 관한 매혹적인 회고록 


“과학사에서 이 책은 영원한 걸작으로 남을 것이다.” _마이클 셔머,<스켑틱Skeptic> 발행인, 《믿음의 탄생》 저자
“의식 과학의 최신 아이디어를 철학적 토대와 함께 명쾌하게 설명한 이 책은 놀랍도록 매혹적이고 지적이며, 가슴 뭉클하기까지하다.” _네드 블록, 뉴욕대학교 철학 및 심리학 교수
“크리스토프 코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 과학과 위트, 지혜, 일대기를 생동감 있게 엮어, 왜 코흐가 신경과학이라는 혁신적인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_저레인트 리스, 영국 UCL인지신경과학연구소 소장

기획의도
‘물리적 실체가 없는 의식을 어떻게 실증적 과학으로 연구할 수 있단 말인가?’ 

위와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의식의 과학’은 가장 최근에 연구가 시작된 과학 분야 중 하나이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인상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말 그대로 현대과학의 최전선이다. ‘과학 만능’의 시대로 불릴 만큼 과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체계로서 역사상 가장 큰 권위를 누린 20세기였음에도, 마지막까지도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난제Hard Problem가 바로 주관적 감정, ‘의식’이었다. 
과학이 유효하지 못했던 그 자리에서, 의식을 탐구하는 주체는 철학이었다. 지난 2,000년 동안 그래왔듯 철학자들은 안락의자에서 논증을 통해 의식을 설명해왔다.“실험은 ‘의식’이라는 난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없다”라는 회의가 철학자는 물론이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뿌리 깊었다. 도대체 어떻게 물리적인 형태를 지닌 어떤 물체가 비물리적이고 주관적이며 의식적인 상태를 발생시킬 수 있단 말인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신경과학자의 역할이란 의식이 과학적 실험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그칠 뿐이었다. 이처럼 과학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의식’을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젊은 개척자, 의식의 본질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 선구자가 바로 크리스토프 코흐다. 

현대과학의 최첨단에서 펼쳐진 인상적인 연대기!
크리스토프 코흐의 과학적 여정은 곧 의식 연구의 역사와도 같다. 코흐가 연구를 시작했던 1980년대는 의식을 연구 주제로 삼는 것 자체가 “인지기능이 저하된 것 아니냐”라고 조롱받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마음과 뇌의 연결 문제가 철학, 심리학, 물리학, 뇌과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제 간 융합 연구의 대상으로 주목받는 것에 비춰보면 의식 연구가 짧은 역사 속에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과 개개인이 겪는 현상적 경험 사이의 간극은 도저히 이어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크리스토프 코흐는 이 간극을 메우는 데 삶의 대부분을 헌신해왔다.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의식에 관한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일련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특히 그들이 제안한 ‘의식의 신경상관물neural(or neuron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 NCC’은 의식을 신경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기초 개념이 되었다. 의식의 신경상관물은 ‘특정한 의식적 지각을 위해 공통적으로 충분한 최소한의 신경 메커니즘’으로 정의된다. 의식의 실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데서 비켜서서 코흐와 크릭은 의식을 생성하고 촉발하는 특정한 시냅스, 뉴런, 회로를 찾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철학의 대상이었던 의식이 과학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였다. 조심스럽게 최소한으로 제한된 물리적 기초에서부터 실증적으로 과학적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을 확립한 것이다.
코흐는 자신의 지난 연구를 종합적으로 돌아본 이 책 《의식》을 통해 의식을 연구하는 현대과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동안 어떤 흐름으로 발전해왔는지를 생생하게 개관한다. 의식 연구의 진전을 이루어낸 동료인 프랜시스 크릭을 비롯해 네드 블록, 데이비드 찰머스, 줄리오 토노니, 볼프 싱어 등 수많은 과학자 및 철학자의 활약, 그리고 그들과의 교유를 때로는 애정을 담아, 때로는 비판적으로 그리면서 의식 과학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전달해냈다. 또한 ‘자유의지는 실재하는가’ ‘개는 의식을 가지는가’ ‘식물인간상태인 환자의 의식을 어떻게 계량할 수 있는가’ 등 의식과 관련한 쟁점을 실증적 방법론을 통해 설명하며, 나아가 의식 연구의 미래를 전망한다. 이 책은 도전적인 과학자로 살아온 코흐 자신의 일대기인 동시에 한 권으로 개관할 수 있는 첨단 의식 과학의 연대기다.

낭만적 환원주의자, 자신의 삶과 과학을 고백하다

신경심리학자인 마르셀 킨즈본은 코흐를 ‘낭만적 환원주의자romantic reductionist’라 불렀다.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만 개의 시냅스 속에서 의식을 계량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그는 분명 ‘환원주의자’다. 그러면서도 그는 먼 우주와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서 세계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낭만적’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과학이 신과 영혼의 신비로운 가치를 걷어내고 인간을 차가운 고독으로 몰아넣으리라는 불안에 맞서, 코흐는 과학을 통해 삶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낭만적 환원주의자로서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크리스토프 코흐가 자신의 과학적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자서전’의 문체다. 건조한 학술적 문장으로 쓰인 전작 《의식의 탐구》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학계에서 요구하는 ‘주관을 배제한 3인칭 글쓰기’를 거절하는 데서 나아가, 이 책 《의식》에서 코흐는 내밀한 사적 고백까지도 거리낌 없이 풀어놓는다.
결과는 매력적이다. 삶에 대한 사적 고백을 통해 평생을 헌신한 과학에의 열정을 드러내는 부분이야말로 이 자서전적 글쓰기의 백미다. 방황하는 청년, 야심 찬 젊은 연구자, 박학다식한 교수, 딸을 잃은 아버지, 빈둥지증후군을 견뎌야 하는 중년 남자…, 코흐는 갈등하는 연약한 내면을 담담히 드러낸다. 이 내밀한 삶의 장면들을 통해 의식의 기반을 발견하도록 코흐를 이끈 과학적 충동을 엿볼 수 있다. 신경생물학자로서 그가 왜 범심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행간을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오스카 와일드, 단테, 영화<매트릭스><블레이드 러너>를 종횡무진 인용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깊은 철학적 사유도 놓칠 수 없다. 자서전이 흔히 범하기 쉬운 자기 과시적인 어조를 경계하는 그의 글은 때로 거칠지만 솔직하다. 어떤 장르이건 결국 읽는 이를 사로잡는 것은 내면을 가득 채우고 넘쳐 나오는 진솔한 목소리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주관적인의 힘, ‘의식’의 증거다.

책 속으로
1장 의식을 향한 출발

일상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이 내 인생을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이미 아스피린을 먹었는데도 치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침대에 누웠지만 아래쪽 어금니의 통증으로 잠들지 못했다.
그래서 이 고통을 잊기 위해, 통증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지에 대해 생각했다. 잇속의 염증이 3차신경三叉神經의 가지로 전기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두개골 아래에 자리 잡은 신피질 회백질에 자리 잡은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전기자극을 발생시킨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생체전기적 활동이 끔찍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잠깐. 방금 무언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심오한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뇌의 활동이 고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_15쪽

데이비드는 철학자들에 관해 내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신경생물학자와 공학자들 앞에서 연설해달라고 내가 그를 초청했을 때였다. 강연 후 와인 한 병을 비우고 나서, 어떠한 실증적인 사실도, 생물학의 발견 혹은 수학 분야의 개념적인 진보마저도 두 세계 간의 넘을 수 없는 간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가 말하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난제는 어떠한 진전으로도 풀어낼 수 없었다.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어떻게 말만 가지고 수학적, 혹은 물리학적, 실증적 틀의 도움 없이, 그렇게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엔 그에게는 강력한 주장만 있을 뿐이었고, 증거는 전혀 없었다. 
그 후로 자신의 생각을 맹신하거나 과신하는 수많은 철학자와 마주쳤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이 모두 옳을 수는 없다 해도, 그와 대립하는 자신의 생각을 그토록 확신하는 경우는 자연과학자들에게는 매우 드물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복잡한 대자연과 대면하고, 가장 뛰어나고 심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이론들마저 수정해야 한다. 그 때문에 과학자들은 어떠한 생각도 의심의 여지 없이 확증될 때까지는 너무 믿지 않도록 참아내는 힘든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_19쪽

복잡화는 개인적 자기 인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과정은 계속되며, 더욱 가속된다.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뒤얽힌 오늘날 사회에서, 복잡화는 초개인적, 범대륙적 특성을 띤다. 휴대전화, 전자메일, SNS를 통해 즉각적이고 전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서, 나는 바글거리는 수십억의 인간과 컴퓨터가 거대한 매트릭스로 상호연결된 시대, 위버마인드(?bermind, 개별 의식체가 존재하는 동시에, 개별 의식체와 수많은 컴퓨터가 함께 연결되어 구성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의식?옮긴이) 행성을 예견한다. 만약 인류가 핵전쟁 아마겟돈 혹은 완전한 환경 파괴로 인한 멸망을 피할 수만 있다면, 이렇듯 비대해진 의식의 연결망이 이 행성에 더욱 널리 퍼지고 궁극적으로는 별이 총총한 밤하늘 저편 은하계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도 없다. _27쪽

2장 개인적인 이야기

나는 교회의 가르침을 점점 거부하기 시작했다. 내가 배운 전통적 대답들은 과학적 세계관과 양립할 수 없었다. 예수회와 그리스도교 스승들과 부모님으로부터 한 가지 가치관을 배웠지만, 책, 강의, 연구에서는 다른 가르침을 들었다. 이러한 긴장감은 현실관이 분리되게 했다. 나는 미사 때를 제외하고는 죄, 희생, 구원, 내세의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순전히 자연의 조건에 따라 세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나 자신을 탐구했다. 이러한 두 체계, 즉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 주일을 위한 것과 나머지 주중을 위한 것은 서로 만나는 점이 없었다. 교회는 하느님의 광대한 창조와 인류를 위한 그 아들의 희생이라는 맥락에서 보잘것없는 내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과학은 내가 존재하는 실제 우주에 관한 사실과 그것이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설명,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빌려 표현하자면 천상계의 것과 지상계의 것을 모두 품고 있는 상태는 진정한 지성인의 자세가 아니었다. 나는 두 설명 사이의 모순을 해결해야만 했다. 이에 따른 충돌은 수십 년간 나를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나는 단 하나뿐인 진실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었고, 과학은 계속해서 더 나은 설명을 제시했다. 인문학은 사물의 진정한 본질은 전혀 이해하지 않고 표면적인 형태만 깨달았는데도, 인식론의 안개 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방황했다고 비난받지 않는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알 수 있고, 오랫동안 살펴본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이 모순을 가까스로 해결하게 된 것은 겨우 몇 년 전부터였다. 느리지만 분명히, 나는 유일신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고, 나를 대신해서 세상을 주관하며, 역사가 끝나고 종말이 오면 내 영혼을 부활시키리라고 믿는 것을 그만두었다. 나는 어릴 적의 신념을 잃었지만, 모든 것이 가야만 하는 그 길로 가고 있다는 변치 않는 믿음은 아직 잃지 않았다! 우주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의미를 지닌다고 나는 직감한다. _34~35쪽

나는 신경세포를 감싼 세포막 안팎의 전하가 어떻게 돌기의 패턴 분화 및 시냅스의 구조에 의해 변형되는지 설명하는 미분방정식을 풀었다. 오늘날 이러한 모델링은 통상적인 방법이고 높이 평가받지만, 당시에 생물학자들은 뇌 안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을 이용하는 것을 당혹스러워했다. 포스터 형태로 다른 과학자들에게 연구 결과를 설명했던 첫 전국학술대회에서, 나는 콘퍼런스홀 뒤쪽에 외따로 떨어져 있었다. 두 명의 방문객만이 다가왔고, 그중 한 명은 화장실을 찾고 있었지만 예의 바르게 머물면서 말을 걸어주었다. 그날 밤에는 제대로 연구 분야를 선택한 것인지 생각하며 술에 취했다. 이러한 난관이 있었지만 나는 1982년, 생물물리학 박사로 졸업했다. _43쪽

3장 의식 문제의 정의

의식은 의미 있는 지각과 가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신경 활동과 의식 간의 강렬한 연결, 이러한 관계 속에서 ‘느낌’이라는 요소가 유기체의 생존에 중요하지 않다면, 왜 진화는 강하고 한결같은 연결 고리를 선호하는가? 뇌는 수억 번 넘게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선택 과정의 산물이다. 감각질이 아무 기능도 없다면, 무자비한 심사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의식의 기능에 대한 추측이 철학자, 심리학자, 공학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한편, 물질적 기반에 관한 실증적 탐구는 눈이 돌아갈 정도의 속도로 진행된다. 과학은 결정적인 “왜?”라는 질문보다는 기계론적인 “어떻게?”에 답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 의식의 유용성에 집착하는 것은 뇌의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탐구하는 것보다 연구 방법론으로서 생산적이지 않다. _68쪽

문명화된 삶의 대부분 측면에서 언어의 우월성은, 철학자와 언어학자를 포함해 언어 없이 의식은 존재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만이 느끼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믿음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 저항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이나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미성숙한 유아의 의식을 부정하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 게다가 회복하는 동안 말하지 못하는 반면 분명히 자신의 경험을 서술할 수 있는 심각한 실어증이 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부정하는 것은 더욱 근거가 불충분하다. 자아 성찰에 대한 지속되는 관습은 수많은 지성인이 생각이 모자라고 말을 하지 못하는 특성을 지닌 많은 생명체를 평가절하하고 언어를 실력자의 자리로 격상시키게 했다. _81쪽

4장 실험실에서의 의식

최근에 임상의들은 두 부류의 심각한 뇌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EEG를 기록했는데, 한 그룹은 의식이 없는 상태인 사람들이고, 다른 그룹은 의식이 일부 회복된 사람들이다. 임상의들은 두 그룹 사이의 가장 중대한 차이는 전두엽 및 측두엽 영역, 감각피질 영역 사이의 정보 교환 유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되먹임이 존재한다면 의식은 보존된다. 그렇지 않다면 의식은 사라진다. 이것은 의식 연구에서 꽤나 흡족한 발전이다.
허나 초기 단계의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뇌의 어느 부분에 의식이 존재하는지 특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엉뚱한 데 불평하는 격이다. 고지식한 골상학적 해석에 기초한 뇌 영상 스캔을 통해, 얼굴의 지각은 바로 여기에서, 고통은 바로 저기에서, 의식은 저쪽 어디에서 계산된다는 식으로 정확한 지점을 찾으려 하는, 최면을 거는 듯한 호소에 저항해야 한다. 의식은 어느 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 영역 내에서 혹은 둘 이상의 영역 사이에 조직화된 뉴런에서 생성된다. _107쪽

선택적 주의와 의식 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주의 집중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의식적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야영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 너머 저 멀리에서 코요테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긴장할 때,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울부짖음을 의식적으로 인식
한다. 주의와 의식 간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이 두 과정을 결합하기 일쑤였다. 사실, 1990년대 초에 이르러 내가 몸-마음 문제에 관해 대중강연을 하기 위해 나섰을 때, 동료 중 일부는 내가 ‘주의’라는 중립적인 단어로 ‘의식’이라는 선동적인 용어를 대체했다고 주장했다. 이 두 개념은 구분될 수 없고 어쨌든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직관적으로 이 두 가지가 다르다고 믿었다. 주의는 더한 정밀성과 검토를 위해 주의력을 집중하지 않는 다른 부분을 희생하고 입력되는 데이터의 일부를 선택한다. 주의는 정보 과부하에 대한 진화론적 해결책이다. 이것은 뇌는 입력되는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한 결과다. 눈에서 뻗어나간 시신경은 오늘날의 무선 네트워크를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작은 크기인 초당 수 메가바이트의 정보를 운반한다. 이 정보는 피질로 옮겨질 뿐 아니라 그에 따라 행동하게 한다. 뇌는 추가 처리 과정의 작은 부분만을 선택함으로써 이러한 데이터의 홍수를 해결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 메커니즘은 의식과는 별개다. 그러므로 주의는 의식이 수행하는 임무와는 다른, 명확하게 기능적인 역할이 있다. _108~109쪽

에너지, 원자, 유전자, 암, 기억 등 어떠한 과학적 개념의 역사라도 아주 낮고 기초적인 수준에서 계량적이고 기계학적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기까지 분화되고 다듬어진다. 위에서 방금 언급한 두 분리 상태, 즉 의식 없는 주의와 주의 없는 의식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은 무너졌다. 둘은 같지 않다. 대부분의 현존하는 실험적 문헌들은 주의와 의식의 구분을 고려하여 재평가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만든 구분은 뇌 속 의식에 필수적인 요인들을 밝히는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신경생물학이 합심하여 벌이는 공격에 발판을 마련한다. _112쪽

5장 임상에서의 의식

어떻게 의식의 내용이 그렇게도 특정하고 암시적인 세부 사항으로 가득 찰 수 있을까? 내 두개골 속에는 내가 산을 오르는 그림도 없고, 너무 삶은 콜리플라워와 같은 균일성, 크기, 형태를 지닌 회갈색 기관이 있을 뿐이다. 뇌의 두부 같은 조직은 혈액과 뇌척수액이 꽉 찬 상태로 신경세포와 신경교질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뉴런과 이들을 상호연결하는 시냅스들은 지각, 기억, 생각, 행동의 원자다. 과학이 이러한 과정들을 이해하게 되면, 불가해한 복잡성을 지닌 네트워크에 포함된 뉴런들로 구성된 커다란 연합체의 상호작용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비유를 생각해보라. 화학자가 전자와 이온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전자기적 힘을 이해하지 못하면 상온에서의 물질 구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_122~123쪽

해마에 위치한 한 뉴런은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의 서로 다른 사진 일곱 장에만 반응했고, 다른 금발 여성 혹은 배우의 사진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해마에 있는 또다른 세포는 배우 핼리 베리에만 발화했는데, 그녀를 그린 만화와 이름 철자를 포함했다. 우리는 테레사 수녀, 귀엽고 작은 동물(‘피터 래빗 세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사진과 말과 글로 된 이름, 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정리인 a2+b2=c2(수학을 취미로 하는 공학자들의 뇌에 있다)에 발화하는 세포도 찾았다.
이츠하크는 이러한 세포들을 ‘개념뉴런concept neuron’이라 불렀다. 우리는 이 세포들을 ‘제니퍼 애니스턴 세포’라고 부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들을 의인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그렇게 명명하는 걸 세포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각각의 세포는 자신의 자매들과 함께하며(어떤 개념에 대해 중앙 측두엽에는 아마도 수천 개의 세포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환자가 제니퍼 애니스턴의 이름을 보거나, 듣거나, 혹은 사진을 보거나, 상상하거나 상관없이 제니퍼 애니스턴의 개념을 부호화한다. 이들을 제니퍼 애니스턴에 대한 플라톤적 이상을 표상하는 세포 기질로 생각해보라. 여배우가 앉아 있든, 뛰고 있든, 머리를 올리고 있든 내리고 있든, 환자가 제니퍼 애니스턴을 알아보는 한 이 뉴런들은 활성화된다. _126쪽

전통적인 정신외과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뇌 전두엽 회백질을 제한적으로 파괴하는 뇌엽 절리술, 혹은 전전두엽 피질을 시상과 기저핵으로 연결하는 백질 축삭돌기를 절제하는 뇌엽 절제술이 있다. 변형된 얼음송곳을 안와(눈구멍)를 통해 삽입하는 악명 높은 시술로, 인격 변화와 심리장애를 일으키곤 했다. 그들은 ‘미친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고, 환자들을 구금하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술이 의식을 총체적으로 상실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좌우뇌를 구분하는 상상 속 정중선 가까이에 위치한 피질 하부 구조에 일어난 작고 한정된 손상은 한 사람을 무의식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나는 이 중심 구조물이 의식의 ‘가능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역은 의식을 위해 필요한 뇌의 각성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좌우 양쪽 피질 하부 영역이 파괴되면 환자는 영원히 의식을 잃게 될 것이다(일반적으로, 뇌는 좌우측 한쪽의 구조적 손상에는 내성이 있지만, 양쪽 모두의 손상에 대해서는 훨씬 취약하다). 이와 같은 중심 구조물 중 하나는 ‘망상 網狀활성화계’로, 뇌간과 시상하부의 상부에 위치한 핵의 이종 집합이다. 핵은 뉴런의 3차원 구성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포 구조 및 신경화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망상활성화계의 핵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도파민과 같은 조절 신경전달물질을 축삭돌기로부터 전뇌 도처에 분비한다. _140쪽

6장 무의식

직접적으로 경험을 일으키지 않는 모든 처리 작업으로 정의하는 잠재의식, 무의식 혹은 비의식은 19세기 후반부터 학제적 관심을 받아온 주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주로 연민의 감정으로 위장되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그들로부터 힘을 얻어내려는 어두운 인간성 상실에 의한 무의식적 욕구를 탐구한 첫 번째 주류 서양 사상가였다. 의료 문헌의 전통에 입각하여 프로이트는 유아기의 경험, 특히 성적이나 정신 외상적 특성을 지닌 경험이 이러한 경험에 의한 영향력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성인이 된 이후의 행동을 아주 강하게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프로이트적 개념들은 일상 용어에 녹아들었고, 신경학에 기반을 둔 용어로 서서히 대체되고 있다.
이제 일화 혹은 자전적인 내용에서 좀더 객관적인 과학 영역으로 이야기를 옮겨보려 한다. 지금부터는 신경증에 걸려 소파에 누운 채로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간당2 00달러를 내는 상류층 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 대신, 시간당 15달러의 참가비를 받고 실험에 참여한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수행한 실험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이 실험들에서 발견한 것들로부터 얻은 강력한 결론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행동의 대부분이 의식적 접근이 불가능한 무의식적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_149~150쪽

나는 이와 유사하게 방법적인 측면과 이론적 배경에서 무의식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역사는 널리 퍼지고 체득된 무의식적 편견이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가득하다. 실생활에서의 의사결정에는 항상 의식과 무의식적인 과정이 혼합된다. 그중 몇몇은 의식적 과정에 더 의존하고, 나머지는 무의식적 과정에 더 의존한다.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들여 깊은 주름살이 생길 만큼 깊게 사고하지 않고도 “만약 …라면, …한다”라는 형태로 이루어진 명제의 추리, 복잡한 기호의 조작 혹은 계획되지 않은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응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확실한 증거를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자기평가와 이성적이고 조용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 1,000년간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_169쪽

7장 자유의지와 뇌

자유의지는 학자적인 관점으로 볼 때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불가사의한 논의들이 발전되어왔고, 논지 중에서 어떠한 것도 확고히 자리 잡지 못했다. 이 주제에 대해 나는 지난 1,000년간의 철학적 논쟁을 버리고 자유의지라는 고대의 난제에 부분적인 대답을 제공해온 물리학, 신경생물학, 심리학에 집중한다. _179쪽

우리처럼 디저트를 먹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에게 자유는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문제라기보다는 항상 정도의 문제다. _183쪽

동일한 뇌 상태를 포함해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 다시금 처하게 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마음먹을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닌 데카르트 식의 강한 자유의지는 자연법칙에 결코 융화될 수 없다. 영혼의 안식처인 의식을 지닌 마음이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로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리학은 유령 같은 상호작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나 이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며, 이 또한 세상의 일부여야 한다. 우주는 인과관계로 제한되어 있다. _214쪽

나는 이러한 통찰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하나는 좀더 실용적이고 양립 가능한 자유의지의 개념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나는 가능한 한 내외적인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게 살기 위해 분투해왔다. 유일한 예외는 자발적이고 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적용한 것으로, 가장 큰 것은 윤리적 문제와 관련된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며, 지구를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족의 삶, 건강, 경제적 안정, 명상이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내가 무의식적 동기, 갈망, 두려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나는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어린 시절보다 더 많이 성찰했다. _215쪽

8장 정보 통합과 뇌

오랫동안 프랜시스와 나는 의식을 공식화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시도했다. 탁상공론 식의 몸-마음 모델들은 수학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강화되고 진보되기도 했지만, 가라앉아버린 수많은 난파선과 같이 회의론에 의해 지식의 풍경 속으로 사라졌다. 프랜시스의 분자생물학 분야의 경험은 반이론적 편향을 더했다. 부호이론coding theory을 이용하려던 헛된 시도를 포함해, 수학적 모델들은 분자생물학의 대단한 성공 중에서 잘해봐야 부차적인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것이 프랜시스와 내가 논문과 강의에서 의식의 생물학적 기저를 발견하고 탐색하기 위해 활발한 실험적인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_236쪽

나는 어떤 네트워크는 통합정보를 지닌다고 조심스레 강조한다.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은 측면을 명쾌하게 기술한다. 기능적인 연결성과 0보다 큰 Φ값을 내는 구성을 지닌 시스템은 적어도 약간의 경험을 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생화학적, 분자적 조절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이것은 또한 반도체 장치 혹은 구리선으로 만든 전기회로도 아우른다. 결과적으로, 컴퓨터과학자를 위한 논문에서 줄리오와 나는 인공지능이 도달하기 힘든 목표, 즉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일이 세상에 대한 광대한 정보를 연결시키고 통합하는 기계에 의해 달성되리라고 주장했다. _251쪽

우주는 이상한 곳이고, 우리는 이것에 대해 아주 조금 알고 있을 뿐이다. 과학자들이 우주 물질에너지의 4퍼센트가 별, 행성, 나무, 당신과 나를 구성하는 일종의 재료에 해당한다는 것을 발견한 지 겨우 20년이 지났을 뿐이다. 4분의 1은 차가운 암흑물질이고, 나머지는 암흑에너지라고 불리는 기이한 무엇이다.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 어떤 법칙을 따르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소설가 필립 풀먼이 3부작 《황금나침반 His Dark Materials》 에 제시한 것처럼, 이 으스스한 무엇과 의식이 서로 일시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또 모를 일이다. 우리 지식은 오직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어둠을 밝히는 불빛으로, 바람에 깜박인다. 그러니 의식의 근원을 향한 탐구에 대한 대안적, 합리적 설명에 마음을 열자. _257쪽

9장 새로운 지평을 향해

우리는 특별하지만, 그것은 다른 생명체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주장은 인간 외의 다른 지각 있는 동물을 통해서도 의식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당면한 윤리적 질문에 대답해야만 한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다른 종을 지배할 수 있는가?
물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 대답이 무엇이든 간에, 유일하게 가능한 정당화는 습관적인 자기성찰로 이러한 고통을 특히나 잘 느끼는 인간의 고통을 최대한 경감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_267쪽

광학과 유전학의 환상적인 조합 덕분에, 마음의 회로에 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쥐의 눈에 어떤 이미지를 비추었을 때 발생하는 스파이크의 파동을 생각해보라. 이 파동은 시신경을 따라 흐르고, 운동피질을 지나 머리, 앞발, 팔다리를 관장하는 운동 뉴런을 지나간다. … 피질?피질, 피질?시상 되먹임 경로에 연관되어 의식이 발생하면, 뉴런들의 연합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며 강하게 발화하는, 물리학적으로 볼 때 정상파에 대한 개념과 어느 정도 관련 있는 반사적인 행동을 일으킨다고 가정했다. 뉴런 활동이 높은 계층의 시각피질로부터 낮은 영역, 혹은 뇌의 앞부분에서 뒷부분으로 전파될 때, 통합정보는 이러한 뉴런의 연합이 발생하여 나타나고, 이로부터 의식적인 감각 혹은 생각이 떠오른다. _277~278쪽

생물학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분자-세포 단위의 복잡성과 특수성에 직면해 있다. 물질이 네 가지 고전적 원소인 땅, 물, 공기, 불의 화합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던 그리스 시대에 화학은 진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의식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상적 경험은 활동하고 있거나 조용한 뇌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형성되고 분해되는 뉴런의 연합체로부터 발생하고, 이 연합체의 복잡성과 표현의 수용량이 가장 사적인 생각의 궁극적인 배양토인 것이다. _280쪽

10장 마지막 문제

폴 고갱이 말년에 타히티에서 그린 명작<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내가 집착하던 세 가지 질문을 완벽하게 함축하고 있다. 우리들(인간, 개, 자각 있는 생명체)은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나는 자연과학자로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물리적 우주와 의식을 이해하고 싶은 소망을 마음속 깊이 품고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따금 샌가브리엘산의 높은 지대에서 몇 시간 동안 달리다 보면 느끼는 황홀경과 같은 신비주의적인 방법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지적인 방법으로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길 추구한다. _283쪽

우주와 그 안의 모든 것에 대해 유일하고 이성적이며 지적으로 일관성 있는 관점을 정말로 찾으려 한다면, 불멸하는 영혼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을 버려야만 한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문화 깊숙이 잠재해 있다. 노래, 소설, 영화, 유명한 건축물, 공공 담론, 미신에 녹아 있다. 과학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끝내버렸다. 성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불안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 마법과 같은 상상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비밀이 밝혀진 이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차차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현 시대에서 가장 지배적인 관점은 물리주의다.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모든 것이 물리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 시간, 물질, 에너지를 제외하면, 우리는 어떤 것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다. 물질주의의 사본에 해당하는 물리주의는 형이상학적인 측면이 거의 없다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인해 매혹적이다. 더이상의 추가 가정은 필요하지 않다.
반대로, 이러한 단순함은 질적인 부족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물리주의가 그 자체로는 질적으로 매우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_288~289쪽

.............................


작년에 코흐의 이 책을 과학사상연구회 모임에서 
원서로 더듬더듬 읽으며 세미나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저께 서점에 가니 이책의 번역서가 나와 있더군요.

이 책은 여러모로 코흐 개인에게도 일종의 전환점에 속하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그동안 수십년 동안 몸담아왔던 신경과학의 의식 연구와 함께 
개인사도 같이 밝히면서 얘길 풀어나가고 있지요. 그 현재의 도착 지점이 바로 <범심론>입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코흐는 이 책에서 이 입장의 예언자로 
떼이야르 더 샤르댕(Teilhard de Chardin)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코흐 역시 언급했던 샤르댕의 대표 저작인 「인간현상」(1939)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림..)
사실상 이는 현대 입장에서 보면 켄 윌버(Ken Wilber)의 입장과도 함께 연관됩니다. 
하지만 훨씬 더 정교한 현대 철학에서의 범심론 판본은 아무래도 화이트헤드 철학일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코흐가 윌버나 화이트헤드 철학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알아두면 더 좋은 점도 있기에 말씀드리는 것이며, 또한 만일 알았다면 mind와 consciousness를 좀 더 정확히 구분해서 보다 엄밀하게 썼을 것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참고로 코흐나 차머스 같은 <범심론>의 입장과 다소 충돌하거나 상반되는 입장이
(물론 과학의 성과 자체는 수용하기에 서로 합의 중첩되는 점들도 있지만 궁극적 지평에서 본다면) 
바로 물리주의 노선과 혹은 처칠랜드(Churchland) 부부의 <제거주의적 유물론> 입장입니다. 

결국은 과학적 연구라는 것도 설명력 확보라는 해석의 철학적 판본에서부터 
저마다 그 입장들이 갈라지는 점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단은 이래저래 
두루두루 참고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코흐의 최근 이 책 역시 소개해보는 것뿐입니다.

저로서도 앞으로의 신경과학 연구들이 좀 더 흥미진진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
    김제원 2014.09.06 19:09
    보자마자 주문했고, 어제 도착했네요. 목차만 읽었는데도 재밌네요.

    언제 한번 백북스에서 '의식'이란 주제로 대토론회를 해봤으면 합니다. 각자의 입장을 가지고 나와서 갑론을박 해보는 거지요.

    이왕 한다면 사전에 준비 모임을 하든 해서 알차게 토론해 보면 재미있을것 같아요.
  • ?
    엄준호 2014.09.06 19:09
    그럴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만..^^
    대토론회까지는 아닐지라도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배울게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의식"문제는 철학이나 심리학 뿐 아니라 신경과학에서도 핵심 논제가 아닐까요?
  • ?
    박용태 2014.09.06 19:09
    이번에 새로나온 코흐의 '의식'과 '의식의 탐구'를 중심으로의 서울 백북스에서 토론회가 개최된다면 재미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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