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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8일.


독서토론회가 있는 날인 동시에, 독일어 수업이 있는 날이며, 한국 우주인이 탄생하는 날이다. 다른 때 같으면, 독일어 수업을 듣고, 뒤늦게 독서토론회에 참석을 하겠지만, 오늘 우주인 탄생의 순간은 8시부터 텔레비젼을 보아야 하는 사항인지라, 며칠전부터 계속 고민의 고민을 했다. 어떻게하면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만약, 100북스 모임이 여느 다른 모임과 다를바 없다면, 이소연이 올라가거나 말거나, 우주선이 뜨거나 말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얼마나 다행인가! 21세기에 살면서, 20세기와 21세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른 우리 100북스는 자연스럽다는듯 우주인 발사도 함께 보고, 현대음악 공부도 한다는 공지가 떴다. 


 


6시 퇴근무렵.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 다른날 같으면, 끝나지 않아도 덮어두고 퇴근했겠지만, 오늘은 쾌재를 부른다. '차라리 잘 되었어. 7시까지 독서토론회에 곧바로 가면 되겠다. 히히. ^^* '


6시 45분 회의를 마치고, 부랴부랴 토론회장인 한국전자통신원으로 향했다. 


 


오늘 138차 강연은 충남대학교의 박순희 교수님께서 20세기의 음악을 소개해 주셨다. 의도된 강사 섭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부터 쓰자면, 오늘의 토론 주제인 현대음악은 4월 8일 한국 우주인 탄생과 참으로 깊은 인연이 있다.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삶에 대해 애써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것은 비단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만은 아니였다.


세상에 우리는 듣기 거북하고, 낯설고, 어렵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현대음악' 조차도 양자역학이나 일반상대성이론을 대하듯 그렇게 일부러 접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해 왔던 게 아닌가!!!


 


8시 이전까지 소위 유명하다는 현대음악을 감상했지만, 처음 듣는 이상야릇한 것이 도대체 음악이야!! 라는 말이 나올정도인걸 보면서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처음 파리 화단에 모네가 나타다 새빨간 붉은 점 하나로 이글거리는 태양을 그려내면서 소위 '인상파'라는 것이 등장했을때, 사람들은 이것을 그림이라고 인정하기 싫었으리라.


처음 아인쉬타인이 상대성이론을 가지고 나와 사람들에게 시간이 줄었다 늘었다 하고, 질량이 변한다는 것을 말했을적에도, 잘나간다는 똑똑하다는 과학자들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낯설고, 어렵고, 이상하다고만 느껴지는 여겨지는 이 현대음악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교수님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강조하신다. 현대음악의 아름다움은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처음 듣긴했지만, 아직 어떤게 질서고 무질서인지 분간조차도 안 가는데... '아.. 멀구나.. 아직은...'


 


8시가 되자, 우리는 잠시 현대음악에 대한 공부를 접고, 교수님께서 준비해 오신 "화성"과 "금성"이라는 곡을 감상하며, 발사대기의 긴장감을 풀 수 있었다. 화면으로 보이는 바이카누르 발사장에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발사대기 중이 소유즈FG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오늘 독일어 수업 안가고, 집에도 안가고, 이곳으로 오길 정말 잘 했어. '플래닛'이라는 음악도 너무 멋지고, 티비가 아닌 대형 스크린으로 발사장면을 보니까, 훨씬 실물에 가깝고, 감동도 크잖아?  역시, 오늘도 독서토론회 참석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


뿌듯함에 미소를 짓는 건 순간이었다. 거대한 산소탱크 표면의 이글거림, 발사대 지지부의 아지랑이로 인해 갑자기 어지러웠다. 앞으로 3분 후면 발사라고 하는데, 지금 이순간의 우리는 모두 이소연이 되어 있는 바나 다름없지 않을까? 떨린다...


 




어제 사무실에서...


운이 없으면, 만의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급하게 사용해야 할지 모른다하여 작성한 예비 성명문에 써야만 했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한 마디. 이걸 타이핑하는 순간, 더이상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힘이 쭉 빠졌다. 그럴리가 없다고, 그래선 안된다고, 모두다 희망을 기원하는데, 만의 하나라는 이유로 돌아오지않는 이소연이라는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오간다.


'어제 느꼈던 이상야릇한 느낌이 순간적으로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던게 아닐까. 흠..'


'제발.. 제발 제발 잘 떠올라라 '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록을 세워라. 성공율을 다만 0.1%라도 올리는 일이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안전한 이륙을 기원하는 간절한 바램은 어느새 눈물로 바뀐다.


 


엔진 하부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그 붉은 오렌지빛 화염이 화면에 가득한다. !! 저 힘~!!!


소리가 생생히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내 가슴은 마구 뛰었다. 하나, , , 드디어 소유즈가 땅을 박차고 오르기 시작한다. ~!! 다행이다. 폭발하지 않음에 대한 안도의 한숨도 눈물로 바뀐다.


 


, 다섯, 여섯, 심장 소리와 함께 계속 세는 동안에도 로켓은 하염없이 하염없이 오른다. 그리고 백을 좀 넘겼을 때 1단이 분리되는 게 보였다. 어쩜 그렇게 깔끔하게 네등분으로 떨어져나가나 깔끔해서 또 한 번 눈물이 와락.


 


잠시 후 580초가 지나면, 우주선은 완전히 지구 궤도에 오른다는데. 벌써 로켓은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희미한 한 줄기 점을 따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아무 일도 없기를


 


시야에서 소유즈가 완전히 사라지자, 우주선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여유만만의 이소연씨 모습이 보인다. 장하다, 소연씨.. 난 겁이 나서 지원도 못했는데, 정말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우주여행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우리의 여인. 장하다, 장해.


 


중앙관제소에서 들리는 초 단위의 보고 소리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운다. 얼마 전까지만하더라도 부산에서 얼굴 붉히며 일했던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다. 모든 시스템의 확인이 끝난 후,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일어서는 사람들. 고맙다. 정말 고맙다.  다시 만나게 되면,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해야겠다.


 


소유즈 발사장면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20세기 음악으로 돌아와 공부를 계속했다.


 


우주선 발사를 단체 관람 한 후 교수님은 현대 음악 강의를 이렇게 이어가셨다.


지금 우리는 우주선이 올라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러분은 마차가 다니던 시절의 음악에만 매달리시나요?

 

"마차가 다니던 시절에 고전음악을 들으셨다면, 우주선이 날아가는 시대에는 여기에 맞는 (현대)음악을 듣는제 맞지 않을까요?"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마차와 우주선. 고전음악과 현대음악,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마차와 우주선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우주선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전 양자역학의 세계로 이제야 막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교수님은 음악마저도 우리를 20세기 21세기로 안내해 주고 계시다. 비록, 우리가 마음으로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위대한 예술가와 과학자, 인문 사회학자들의 공통점은 끝없이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따라갔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주선에서 삶의 본질을 찾으려 하고 있고, 양자역학에서 그 본질에 다가가려 하고 있다면,


왜 현대음악에서 그 본질에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면 안 될까?


 


아직은 내가 온전히 현대음악의 아름다움이나, 작곡가가 전하고자 하는 삶의 메시지를 느끼고 있지는 못하지만,


아직은 그 알수없는 소리의 조합들이 현대인들의 삶의 각박함, 외로움 고뇌와 좌절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지 마음으로 온전히 느끼지는 못하지만,


일단 그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의 소리, 혹은 우주의 소리 같은 그것 또한 삶의 본질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먼저 인정하고 시작해 볼까 한다.


 


차츰 현대음악이 나타내고자 했던 무질서 가운데의 질서, 다양한 음역의 세계.. 이제 그 세계를 만나는 것을 애써 외면하지는 말아야겠다.


기회가 온다면, 덜컥 들어가봐야겠다. 혹시 아는가? 그러면, 21세기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게 될는지!


 


좋은 깨닳음을 주신 박순희 교수님 고맙습니다.

좋은 토론회를 매번 개최해 주시는 100북스에 감사드립니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삶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성찰을 주신 회원님들 고맙습니다.

뒷마무리 턱 내주신 현교수님 감사합니다~ ^^*
  • ?
    이정원 2008.04.09 23:26
    사진을 찍다가 임석희 회원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로켓 발사를 연구하시는 분이 이 순간에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발사 과정의 험난한 여정과 각 단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잘 알기에 눈물이 흐르셨겠지요.
    임석희 회원님의 눈물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 ?
    임성혁 2008.04.09 23:26
    언젠가 미국의 여교사가 탑승했을 때 처럼 폭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잘되었습니다.
  • ?
    이혜로 2008.04.09 23:26
    이제 갓 1년된 이소연씨의 나무가 가가린의 굵고 높이 뻗은 나무 옆에 심어졌습니다.
    성공적인 첫 우주인 배출을 넘어
    이소연씨 나무가 가가린 나무만큼 무성해질 쯤엔
    우리힘으로 직접 로켓을 쏘아올릴 날도 오겠죠?
    무서움 많아서 우주로 직접 나가진 못하고, 로켓을 만들어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겠다던 언니의 오랜꿈이 한발 더 현실로 다가온것 같습니다. ^^*
    이소연씨의 무사귀환기원과 더불어 언니의 꿈도 화이팅~!!
  • ?
    임석희 2008.04.09 23:26
    나만의 꿈은 아니겠지요? ^^*

    어제 너무나도 편안하게 올라가는 모습의 이소연씨를 보면서, 조만간 우주여행이 정말 쉽게 이루어지겠다는 생각 많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지구를 떠나서 살려면, 어느 행성에 정착을 할 수 있을까... 그런 행성이 있는지 정말 깊이 찾아보고 싶어요. 이것이 요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심우주로 떠나는 공부에 빠지는 이유일지도.....
  • ?
    전재영 2008.04.09 23:26
    여기 한명 더 있어요~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라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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