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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사람은 연이은 폭염에 하루하루가 힘겨운데,

밭에 심은 작물과 산야의 초목은 하루가 다르게 짙푸러집니다.

초록생명에게는 이 계절이 담금질처럼 저를 단단하게 하는 과정인가 봅니다.

하긴 이 여름을 거쳐야 열매를 맺고 씨앗을 얻습니다.

씨앗하나 흙속에서, 긴 고요의 시간을 거쳐 싹을 틔우고,

비바람 뙤약볕 속에서 키를 키우고 열매를 키워 더 많은 씨앗으로 생애를 마무리합니다.

그 장엄한 생로병사 곁에서, 사람인 우리도 같은 경로를 걷고 있습니다.

초록 생명처럼 의젓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견디시지요?

- 판화가 이철수 농사경어

 

 

동물로 태어난 인간은 동물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원초적인 본능을 숨기고 사회적인 억압에 순응하고 수많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길들이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태어나는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듯이 동물의 성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고 믿었던 주인공의 저항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영혜는 역시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꾸게 된 꿈으로부터 내밀히 숨겨져 있던 동물의 능동성에 괴로워한다. 식물의 수동성을 지닌 주인공이 동물의 능동성을 버려가는 과정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결국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식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의지도 이루지 못한다.

 

반면 동물의 능동성을 가지고 식물의 수동성에 매료된 인혜의 남편은 본능에 충실하고 자신의 선택이 분명한 인물이었다. 한자리에 피어있는 꽃에게 꽃가루를 주고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벌이나 나비처럼, 자신의 목적에 집중하고 매료된 대상에 달려들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그리고 사라진다.

 

사람에게서 벗어나려 했던 자들로부터 남겨져 아슬아슬 경계 위에 서 있는 인혜의 모습은 동물이지도 식물이지도 못했던 지금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숲으로 가서 나무가 되지도 못했고, 솔개처럼 하늘로 날아가버리지도 못했다. 살아야할 시간이 늘어나서 고통스럽지만, 다행히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불행을 업은 채 행복을 안고 내딛어야 하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그녀의 마지막 눈길이 끈질겨서 마음이 놓인다.

 

동물로 태어나 식물로 살아야하는 운명이 기구하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하다. 작렬하는 태양의 여름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야 하고, 지금의 고통이 열매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그저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우리가 언젠가 깨어나면, 그때는......” 자유로울 수 있기를......

 

 

 

 

그동안 모임을 하면서 읽었던 책들 중에, 이번만큼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며 읽은 책이 있었을까 싶다. 나만 그런 건 아닌 듯 했다. ^^;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때로는 나와 전혀 다른 해석으로 바라본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이래서 함께 읽는 즐거움이 크다는 또 한 번의 깨달음.

 

2020-01-18

 

 

 

Special thanks to 책방채움

 

백북스에서 만난 책, 사람, 인연, 강연의 달콤한 세상은 육아의 시작과 함께 거짓말처럼 딴 세상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대신 맡길 데 없으면 데리고 만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방구석에서 모이기 시작했고, 다시 책을 함께 읽기 시작했다.

함께라는 사전적 의미에 충실히 아이들과 한꺼번에 같이만나는 혼돈의 시간이 아닐 때는

대전에 있는 동네서점을 돌아보기로 했다. 첫 서점으로, 반석동 책방채움

볕 좋은 책방에서 책방지기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2시간이 너무 진하고 달콤했다.

기꺼이 장소와 시간과 좋은 책 이야기까지 내어준 채움지기님께 감사를...

 

책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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