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유유
초속 5센티미터,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뜨거워지기 시작한 봄 햇살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흩날리다 땅에 떨어지는 벚꽃만큼
봄날의 자유로움을 한껏 느끼는 꽃이 있을까? 정해놓은 곳 없고 급할 것 없이 마음 가는대로 그렇게 천천히...
쓰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 이제는 써야만 한다는 강박이 생길만큼 여기저기 글쓰기가 넘쳐난다. 모임에서 이 책을 읽자고 맘먹은 이유도, 글쓰기를 어떻게 좀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바라며 책을 읽어나갔다. 현란한 기교도 없고, 전업 작가의 흔한 영업비밀도 없다. 그저 지은이가 책을 읽으며 밑줄 그어놓은 말들을 모으고, 지은이의 생각과 이야기를 보태서 책으로 엮어냈다. 툭툭 던져지는 문장들과 평범한 듯 진솔한 이야기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바라기에 앞서 나에게 먼저 묻는다. 왜 쓰고자 하는가?
벚꽃이 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라면, 나의 생각의 속도는 무언가를 끼적거리는 빠르기가 아닐까싶다. 내 머릿속에서 발동한 생각들이 이리저리 휘날리다가 어딘가에 가 닿는 그 속도. 종이에 슥슥 연필로 쓸 때는 조금 천천히, 노트북을 열고 다다닥거릴 때는 조금 빠르게. 그렇게 나의 사소하고 자유로운 생각들은 사진보다 선명한 기억의 기록으로 남겨진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
커다란 따옴표 사이에 빈 여백이 있다.
설국의 첫 문장처럼 늘 설레는 한 문장을 담게 될지
김훈의 글처럼 비수같이 서늘한 말들을 담게 될지
느리게 그리고 기꺼이
나의 말들을 생각해 보기.
2019-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