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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자리 과학의 마음에 닿다

 

전치형 지음/ 이음

 


읽던 책에 꽂아 둔 연필로 딸아이가 책의 여기저기에서 아는 글자들을 골라낸다. 이름에 들어가는 ‘주’라는 글자가 반가웠던지 ‘민주주의’라는 단어의 ‘주주’에 열심히 동그라미를 쳐놨다. 무슨 말이냐고 묻기에 ‘주주’만 떼어내어 아이가 좋아하는 ‘시크릿 쥬쥬’랑 같은 거라고 이야기해주니 아이의 표정이 환해진다. 앞으로 아는 글자와 단어가 늘어나면 ‘민주주의’도 설명해줘야 하고 그 옆에 ‘4차 산업혁명’도 설명해줘야 할 텐데, 과연 나는 아이 표정이 환할 만큼 잘 설명해줄 수 있게 될까?

 

내가 이정도 수준의 고민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이 책이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 아닐까싶다. 과학은 멀기만 한 이야기여서 미세먼지처럼 당장 실감하게 되는 일이 아니면 관심이 적었었다. 책에서는 과학기술과 인문학과 사회현상의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를 이어서 둘러보게 한다. 과학이 문제인지, 정부 정책이 문제인지,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고 함께 고민하게 한다.

 

모임에서 책 제목을 “과학의 자리 사람의 마음에 닿다”로 했어야 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전원을 꺼버리면 차가운 기계덩어리에 불과한 로봇에게 사람의 자리를 내어주려면 사람과 같은 온기까지는 아니어도 로봇이라는 이름의 과학이 다가가 손을 내미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서로에게 다다르는 길은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이어져 있고, 어느 한쪽이 놓아버리지 않는 한 시간은 더디더라도 언젠가는 서로에게 닿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우리대전 같은 책읽기’ 선정도서 중 하나라고 해서 모임에서 읽기는 했는데, 과학에 문외한이라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고, 사회적인 이야기에서는 불편하고 삐딱하게 봐지는 부분도 있었다. 함께 이야기하다보니 오해(?)도 풀리고 생각도 깊어져서 좋았다. 방구석에만 있느라 엄두도 못 내다가 백북스에서 저자 강연을 들을 생각을 하니 은근 기대도 된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어려운 질문을 하면 당황하지 말고 “강연에 가서 물어보자”고 이야기해야지. 흐흐. 

 

 

 

201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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