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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라우라 구트만/ 김유경 옮김 / 르네상스

 


처음 남산타워에 올라 망원경을 붙들고 오백 원을 넣어 경치를 볼 때, 제한된 시간 안에 다 볼 욕심에 마음 바쁘게 괜히 이리저리 방향을 돌려보다가 시간을 모두 써버리고 아쉬워했었다. 산을 내려오고 나서야, 오백 원을 더 넣을 수도 있었고 그래봐야 서울 하늘이니 나중에 다시 봐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처음 남산타워에 올라 오백 원을 처음 넣는 기분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를 위해 하나라도 한 시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만 바쁘게 보낸다.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나서야, 아이에겐 내가 유일한 엄마이고 우리에겐 내일이라는 새로운 시간이 매일 주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엄마”라는 단어에 나를 낳아주신 엄마보다는 내 아이의 엄마인 나를 먼저 대입시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읽었을 때도, 내가 들었던 엄마의 말보다 내가 하고 있는 말들에 대해서 먼저 생각했었다. 책을 읽고 좋은 엄마가 되어볼까 하는 기대로 읽기를 시작했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건강한 내가 먼저 되어야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방구석살롱을 시작하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용어를 의외로 자주 들었다. “원가족” (가족을 구조적인 측면에서 분류할 때 개인이 태어나서 자라 온 가정, 혹은 입양되어 자라 온 가족을 말하며, 근원가족 또는 방위가족이라고도 함. 인간은 출생하여 성장하면서 두 번의 가족을 경험한다. 즉, 출생하여 부모 밑에서 자라 온 가족과 성인이 되어 결혼과 함께 새롭게 형성하는 가족이다. 이때 전자의 경우를 원가족이라 하고, 후자의 경우를 생식가족 혹은 형성가족이라고 한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족이 생겼으나 그 안에서 생기는 갈등의 원인 중에 하나가 원가족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본인의 성격 형성이 완성된 지금까지도 원가족에서의 경험이 미친다는 사실을 모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됐다.

 

책에서는 생식가족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가족에 속한 나를 돌아볼 기회를 준다. 우리가 태어나 어머니와 가족들의 관찰에 의해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불리게 된 모습으로 하나의 배역이 형성되는데, 꽤나 오랫동안 혹은 평생 동안 이 배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부여된 배역을 수행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가면을 쓰고 그림자를 드리우고 지내는 것이다. 가면을 벗는 일은 외롭고 때로는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도 모임 중에 눈물을 보이고 멋쩍어지지만, 저자는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아파하는 것은 인간적이고 섬세하며, 진실한 감정이기 때문이다’라고. 이러한 과정을 지나야만 진정으로 자유롭고 독립된 나로 건강해질 거라고 조언해준다.

 

어린 시절을 되돌려 보면, 나의 배역은 ‘해결사’였다. 풍족하지 않은 집안의 막내는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어린 나이의 나를 키우면서 일상에 찌들었던 엄마는 말없이 그늘지기만 했었다. 이따금 엄마의 모습에 내가 겹쳐질 때면, 나중에 내 아이가 나를 이렇게만 기억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내가 나의 가면을 벗고 좀 더 자유로운 내가 되면, 내 아이가 갖게 될 원가족의 기억도 덜 그늘지게 되겠지. 내 아이의 원가족에게는 쇠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으니, 남산타워에 오를 날들도 망원경에 오백 원을 넣을 기회들도 많겠지. 그 시간들이 조금 더 가볍고 밝은 날들이기를…….
 

 

 

20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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