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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창디 모임의 선정 도서였던 하인리히 뵐플린의 '미술사의 기초개념'을 통해 얻은 몇 가지에 대해 간략히 적어볼까합니다.  제 식으로 이해하려고 골똘했던 지라, 다소 늦은 감이 있고 글이 장황해졌지만  이것 역시 제 스타일인지라...^^

그림을 '즐기며' '보고 있는' 것일까?  

 예술의 대부분 장르가 그렇지만, 미술은 특히 '보는 만큼'이라는 시각이 준비되어 있어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다가서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향유주체는 특정집단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때로는 권위있는 문구와 화려한 광고에 이끌려 찾아간 전시회도 수동적인 감상과 광고의 확인에 그친 적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대부분 미술- 미술관이라는 공간적 존재감을 즐겼던 듯 싶습니다. 그림과 내가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게 갖추어놓은 조건들이 주는 혜택- 조용한 분위기, 적당히 서늘한 공기, 눈이 편안한 조명,  띄엄띄엄 위치한 타인과의 거리-은 사색하기 더없이 좋은 공간을 제공하지요.  그러다 보니 이런 즐기는 행위들이 딜레당트적 허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어 감히 취미로 부르지 못하고 조심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종교화 같은 경우 개인적 신념과 정서에 주는 인상에 만족할지라도, 그 외의 그림을  episode용으로 흘려듣고 그저 끄덕이기에는 부족하고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어떤 이가 한 점의 그림에 생애를 바쳤다는 자극적인 사실보다 그림 안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나타내려고 했는가... 그가 던진 그 대화의 매개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간절해질 때가 있습니다. 보라고 던져주었지만 봄처녀 마음 같이 알 듯 말 듯한 그림들.... 진심을 알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고 뵐플린의 도움을 받아 보다 친해지려고 한발짝 내딛습니다.

 다음에 설명할 뵐플린은 다양한 그림들을 공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직관에 대해 일러줍니다.  예술가의 '눈'을 '그릇'에 비유하며 표상형식의 법칙을 다섯 쌍으로 제시합니다.




(좌) 16C 고전미술 - 알브레히트 뒤러
(우) 17C 바로크미술 - 렘브란트 반 린 

두 그림 모두 '성모마리아의 임종'이라는 주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전의 제 눈으로는 실제와의 구현정도, 감흥이나 심리적인 해석이 그쳤겠지만, 뵐플린의 눈을 빌려 그 양식을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좌측의 그림은 선적인 시각에서 서로 명료하게 구분되어 있고, 윤곽선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액자구도의 화면구성과 배경이 완결된 모습으로 드러나 있고 주인공이 중앙에 배치되어 수직-수평 엄격함을 느끼게 해주네요. 정지된 느낌 때문인지 화면 전체가 의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요소들이 독자적이며 모든 것이 균등하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개별적이나, 다원적 통일성을 갖고 있네요. 그래서,  전체와 부분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분리해봅니다.





                        
                                                                                                 


 

이렇게 보니, 본래 전체에 귀속되어 있었으나 필연적이지 않은 구성요소였네요. 주변 인물이었던 기도하는 사도 역시 독립적으로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음이 확인됩니다.

 우측의 램브란트 그림을 살펴보면, 뒤러에 비해 보다 회화적임이 한 눈에 보입니다. 대상의 윤곽선이 희미하고 덩어리로 묘사되어있지만 그 때문인지 운동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천사들과 구름의 모습에서  일회적인 순간을 포착한 순간성과 내부로 소용돌이치는 깊이감을 보게 됩니다. 뒤러의 그림이 상황을 포괄적으로 명료하게 나타냈다면, 램브란트의 그림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주요 지점에 번뜩 시선이 집중된 인상을 줍니다.  아, 이래서 '빛의 화가'라고 불리었나요? 엉켜있는 부분들이 전체에 귀속되어 있는 듯 하니 따로 고립될 수 있을 지 의문스러워집니다. 램브란트 그림의 전체-부분 요소의 관계는 아래 혜립님의 글과 그림을 통해 보다 상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너의 눈, 나의 눈, 그리고 모두의 눈

선의 형태, 중심, 빛의 존재, 평면성, 주인공의 각도, 공간 배치, 주변인물의 독립성...
이러한 분석요소들은 16-7세기의 그림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시대를 넘나들며 현재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도 충분히 적용시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생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아직은 '발견'일 뿐이지만 이들이 '즐길거리'로 발전할 초석이 되리란 설렘이 다가옵니다. 쉽지는 않지만 점점 하나 둘씩 발견해나가겠지요. 어느 순간 작업의 결과물이 작품이 되고, 작가의 의도가 전달되어 나만의 의미와 결합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또한, 실제 모임에서도 좋은 배움터를 통해 함께 눈을 기르고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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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1.03.07 02:39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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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희 2011.03.07 02:39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의 여러 특징들을 뒤러와 렘브란트 그림에서 잘 묶어 설명하신 글에서 다시 핵심을 복습합니다. 글에서 정리하신 것처럼, 16세기 미술의 선적인 특징을대표하는 뒤러의 <성모 마리아의 임종>에서 개별적인 인물들은 형태와 선이 선명하여 - 결코 바람직한 방식은 아닐테지만 우선 시각적 상상을 위해 칼로 잘라 따로 오려놓고 본다면 -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그림이 될 수 있습니다. 위의 실험에서 좌우 각각 한 인물을 지워버려도 그림 전체의 통일성에 큰 결함이 없고 기하학적인 대칭 구성은 그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네요.

    그림을 읽으며 즐긴다.. 저도 그런 바램을 갖습니다. <미술사의 기초개념>에서 뵐플린은 아주 철저하고 엄격한 선생님 같습니다. 한 눈 팔지 않고 설명하는 그대로 따라가 보는데, 대가들의 작품을 이리저리 지워보며 특징을 확인하는 과정이 재밌는데요^.^ 언제 대전에 좋은 전시회 있으면 함께 미술관 나들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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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진 2011.03.07 02:39
    와~좋죠..미술관 나들이!^^ 김억중 교수님께서 언젠가 다 같이 그림을 보러 가도 좋을 것 같다고 하신 말을 기억해 두고 있답니다. 류은희 선생님께서 모임 때마다 정리해주신 자료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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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진숙 2011.03.07 02:39
    올 9월부터 창디에 나오게 되었는데 뒤늦게나마 읽게 된 이혜진님의 글에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글은 이래서 참 좋은겁니다 ^^
    글이 쓰여진 뒤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글쓴이의 생각들이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으니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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