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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플린의 <미술사의 기초개념>은 1915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미술사 공부에 필독서로 추천되는 고전이다. 16세기 르네상스 미술이나 17세기 바로크 미술이 지금의 우리 삶에서 무슨 느낌을 끌어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미술관에서 그냥 쓱 지나쳐버리고 말았는데, 이 책에서 시각과 촉각을 열어젖히는 뵐플린의 작품 설명은 그림 보는 관점을 기초부터 바로 세운다. 제 마음 끌리는 대로 감상하던 방식 아닌 방식은 이제 내려놓고, 뵐플린의 설명을 쫓아가며 선과 회화의 기본을 처음 배운다. 그림은 보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믿고 싶은 주장이다.  





이 책에서 뵐플린의 관심은 16세기와 17세기 서양 미술작품들을 통해 각 시대에 세계를 표상하는 형식을 파악하는데 있다. 표상이란 흔히 감각적 경험을 통해 마음속에 형성되는 상像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관련되며 ‘시각 방식’ 혹은 ‘시각적 틀’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뒤러와 렘브란트의 <성모 마리아의 임종>에서 나타나는 죽음에 대한 표상과 그 형상화 방식이다.









 













 












(좌) 알프레드 뒤러, <성모 마리아의 죽음> 1510, 목판화, 29.3 × 20.6


(우) 렘브란트 반 린, <성모 마리아의 죽음> 1639, 에칭, 40.9 × 31. 5





그런데 뵐플린의 견해에서 특기할 점은, 화가의 독창적인 시각적 틀은 홀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시대와 문화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이 새로운 형태를 낳는다’고 하였다. 아무리 천재적인 예술가라 하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그 시대의 정신과 세계관에 입각한 어떤 법칙성을 담고 있다.






뵐플린은 16세기와 17세기의 수많은 미술작품들을 살펴보며 작품에 내재하는 이런 법칙성을 다섯 가지로 분류해낸다.




1.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


2. 평면적인 것과 깊은 것


3. 폐쇄적 형태와 개방적 형태


4. 다원성과 통일성


5. 대상에 대한 절대적 명료성과 상대적 명료성





16세기의 고전적 미술과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양식을 규정짓는 범주는 크게 ‘선적인 것’과 ‘회화적 것’으로 나누어진다. 실제 작품들을 찾아 읽다보면 선적인 기법은 평면성과 다원성, 형태의 폐쇄성이 서로 겹쳐 있어 명확한 경계를 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선적인’ 기법과 ‘회화적’인 기법은 세계를 표상하는 방식 자체가 전혀 다른, 독립적인 양식이다. 이 양식을 각각 대표하는 작품이 위에서 소개된 뒤러와 렘브란트의 <성모 마리아의 임종>이다. 다섯 가지 분류를 대강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
































선적인 것


회화적인 것


사물을 존재하는 그대로 재현


사물이 드러나는 ‘상像’을 재현


촉각상 


시각상 


형태의 윤곽선 강조


윤곽선으로서 선의 의미가 사라짐


개별 형태들을 서로 명료하게 구분


개별 형태를 덩어리로 보는 방식

전체 현상의 움직임을 강조


고정된 형태


형태의 운동감


사태와 현상의 대응관계. 가까이서 본 화면과 멀리서 본 화면의 차이 없음


가까이서 본 상과 멀리서 본 상이 뚜렷이 구별됨 - 원거리 시점


색채: 각각 분리되어 병립해 있음. 실제로 있음직한 생생한 실체성을 띰. 색채는 균일한 상태 유지

형태적 인상과 별개로 존재하는 색채적 인상은 성립하지 않음


색채: 화면의 변화 중요시. 단일색조의 대상들이 다양한 색채 속에서 자유로이 유희하는, 통일된 움직임의 인상을 강조

빛과 그림자의 요소, 색채의 농담 효과

 


형태의 비례와 선을 정확히 재현


형태의 비례가 왜곡됨으로써 실제 형태와 다르게 보임






2. 평면적인 것과 깊은 것























평면적인 것


깊은 것



형태를 평면적으로 결합

 


평평함의 의미 상실


각 부분들을 동일한 층에 평평하게 늘어놓음


깊이감 있는 화면 구성

화면 내부로 소용돌이치는 동세


평평하게 늘어놓는 것은 가장 확대된 시야의 형태로 봄


시선은 사물을 근본적으로 들어가고 나온 관계로 결합


선의 요소


윤곽선 의미 상실


평면구성


내진감






3. 폐쇄적 형태와 개방적 형태


























폐쇄적 형태


개방적 형태


기하학적 구성


비구축적, 자유로움


수직적 요소과 수평적 요소 강조

중앙의 축을 중심으로 화면 구성 혹은 화면 양편 간의 완벽한 균형


수평선과 수직선의 교차가 기피됨

사선 구도

자유로운 구도, 중앙축의 설정 철저히 거부


화면을 하나의 완결된 모습으로 드러내는 재현 방식. 액자선과 귀퉁이 또한 구도에 반영


가시적인 특성. 우연히 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는 인상


명료한 규칙성


유동적 균형


화면 전체가 ‘의도적’으로 고안


우연적 순간의 추구


완전 정면이나 정측면의 시점


정면시점 거부






4. 다원성과 통일성

















다원성


통일성


유기적인 구성


전체가 ‘구획된’ 듯한 인상을 없앰


각 부분들은 전체에 의해 규정되지만 각각 고유한 독자성을 가짐


한 주제로 부분들을 집결시키거나 지배적인 요소에 여타 요소를 종속시킴


독립된 부분들의 조화를 통해 그 통일성을 달성하려 함


각 부분들은 화면을 지배하는 전체적인 동세로 흡수됨






5. 대상에 대한 절대적 명료성과 상대적 명료성














절대적 명료성


상대적 명료성


형태를 완벽하고 뚜렷하게 드러냄


형태를 모호하게 흐리게 함. 절대적 명료성을 완화 내지 거부하는 일종의 인상주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부분적으로 수용하여 촉각적인 느낌을 전달케 하는 재현


사물을 보이는 대로, 전체적으로 수용하여 비조각적으로 재현




뵐플린에게 있어서 예술의 양식들은 각기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발전적’ 관점에서 수용된다. 16세기 고전적 미술과 17세기 바로크 미술은 서로 다른 체계를 가진 독립된 양식이지만, 두 양식의 관계는 ‘선적인 것에서 회화적인 것으로 발전’하는 관점에서 이어진다. 즉 회화적인 기법은 선적인 기법의 전제 없이는 불가능하며, 선적인 기법으로 추구하는 예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비로소 회화적인 기법이 태동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회화적인 양식은 선적인 양식에 비해 후대에 출현했고 이전 단계 없이는 생각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질적으로 절대적인 상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 양식은 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상이한 개별적인 두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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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희 2011.02.25 05:19
    사진이 너무 흐려서 선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의 특징을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렘브란트 그림은 이혜립님의 후기를 참조하시고, 기회되면 나은 사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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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1.02.25 05:19
    안녕하세요! 또 인사드립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산다는 변명 속에 게시판 눈팅만 하고 지내 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리해놓으신 글 속에서 뵐플린이 제시한 그림 이해- 새로운 시대정신이 새로운 형태를 낳는다 - 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16세기와 17세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더해서 현재 2011년의 문화경향 - 지난 12월의 도서였던 현대미술 문화비평처럼 - 을 연계시킨 대화를 모임에서 나누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그랬다면 더욱 흥미를 자극했을 것 같습니다. 영상 쪽을 예로 들면 현재 짧고 강력한 매력을 지닌 소수의 이미지를 위해 나머지 장면들과 서사는 들러리 정도가 되어버리는 경향과 이에 대한 대중의 지지현상은 인터넷과 SNS세대의 문화가 낳은 새로운 문화 형태일까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예전에는 기술적 한계와 소양 부족으로 그랬다쳐도 요즘은 고의적으로 이러한 경향이 꾸준히 생산되고 소비되는 추세입니다. '시크릿 가든', '울지마 톤즈', '지식e-채널' 등의 영상물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지지를 얻었던 중요한 키워드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면에 숨겨진 선동의 메세지가 인터넷과 SNS 서비스마냥 대중 속에 쉽게 스며드는 문제점이 있어 이에 선동당하지 않고 냉철한 균형감을 갖거나 깊이 있고 흔들리지 않을 지식의 기반 위에 조선의 선비 정신처럼 소신을 갖는 방법등을 고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건축과 문학에도 이러한 경향 - 강력한 한방을 위해 디테일을 포기하는 경향 - 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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