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詩社

칼럼
2009.11.28 19:53

[펌글] 김억중교수님 칼럼<2>

조회 수 2372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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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도시를 꿈꾼다

 

요즘 들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지자체들마다 야단법석이다.


 


저에너지, 청정 환경, 그리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더 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배경에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 동안 기능과 효율만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너무 삭막하다는 비판적인 인식도 한몫했음에 틀림없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려면 역시 사람을 하인이 아닌 주인의 제 자리로 되돌려놓도록,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 공간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상상해보면, 행복한 그림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도 좋지만 기왕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되 한 걸음 더 후퇴하여, 이미 잘 닦여진 길 위를 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를 꿈꾸고 싶다. 말과 사람이 공생하는 도시 ! 그 승마도시를...


 


생각해보자. 우리 선조들이야말로 어디든 말을 타고 다니던 기마민족의 후예가 아니었던가? 전장터에서건 일상의 삶에서건 말처럼 중요한 교통수단이 따로 없었다. 그토록 소중했던 교통수단을 모두 팽겨쳐버린 지가 불과 100년이 채 안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사이 우리 모두가 겪어왔던 인식의 변화다.


 


일반 대중 모두가 즐겼던 가무가 '공연'이라는 예술형식을 빌어 극장 무대 위에 오르면서 국악은 전문 예술가들이나 하는 일처럼 되어 버렸듯이, 모두가 타고 다니던 말은 승마장이나 경마장에 들어가 이제 스포츠 종목으로 분류되어 일상의 삶과 거리가 멀어졌음은 부인키 어렵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승마하면 일부 부유층만이 즐길 수 있는 귀족 운동처럼 여겨져, 대놓고 승마한다는 말을 하기도 편치만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딴세상 운동으로 치부하고 나면, 스스로 쉽게 말을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으니 하물며 우리 도시를 승마도시로 바꿀 수 있다는 상상력이 작동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승마라는 스포츠가 과연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들고 여전히 특수계층만이 즐길 수 있는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단언컨대 나는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각 시도별로 공립 승마장에 가보시라. 비용의 측면에서 적어도 골프보다는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물론 헬스클럽에 드는 비용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이라면 승마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담박에 알 수 있다. 헬스기구 운동처럼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더불어 호흡을 하다보면 어느 한 곳도 흔들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몸 구석구석, 뼈 마디마디마다 죄다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우리들의 친절한 말이시니...


 


그렇다면, 승마도시의 장점이 하나 둘씩 서서히 보이지 않는가?


 


-친환경 도시 공간이 절로 탄생한다.


-건강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고가의 유류비용이 들지 않는다.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절로 든다.


-교통사고가 눈에 띠게 줄어든다.


 


혹자는 말타고 다니다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들부터 느려터져서 어떻게 하느냐는 둥 태클을 걸고 싶은 이들이 있을 법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렇다. 모든 사고는 피할 수 없는 법이겠으나 자동차 사고보다는 그 피해의 정도가 훨씬 덜하다고 할 수 있다. 속도의 경우 구보로 한껏 달리신다면 말도 시속 50km 정도는 나온다는 점을 상기 하시라. 너도 나도 말을 타고 다닌다면 공평한 속도게임이 작동할 것이고 오히려 말을 타고다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니...


 


게다가 예로부터 삼상(三上)이라 하여 마상(馬上) 또한 인간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가장 풍부하게 나타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으니, 더러는 세상과 사람 사이 갈등을 벗어나 말등에 앉아 경쾌한 말발굽 소리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살아간다면 자통차 운전대만 잡으면 태도가 180도로 바뀌어 모두가 난폭해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아도 될 터이니 서로 다투기보다는 감싸안고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고도 남을 듯 하지 않겠는지?           


 


이 밖에도 말타고 다니는 도시의 장점을 더 들라면 어디 그 뿐이겠는가? 술이 한껏 취한 채로 말등에 몸을 얹으면 말이 잘 알아서 대리 운전하여 집앞까지 데려다 줄 것이니, 술을 한 잔해도 쫓기듯 경계하며 마시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고, 말들이 대로변에 보아놓은 용변들은 잘 수합하여 퇴비로 쓸 수 있어서 좋고.... 그 숫한 잡초중 웬만한 것은 말들이 다 먹어치울 것이니, 잡초 제거하느라 무지하게 쎈 농약을 쓰지 않아서 좋고, 가끔 커다란 사고로 이어지는 예초기가 필요 없어 좋고.... 늘상 학원 공부에 시달리거나, 태생이 용기가 없거나 심약해 빠진 어린 아이들의 기개를 활짝 펼쳐주기에 더 없이 좋고... 


 


기왕 자전거 도시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지자체가 있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승마도시를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신시대가 주목하고 있는 느림의 미학, 친환경 생태도시를 위한 진정한 대안 중에 하나가 바로 승마도시가 아닐른지? 이를 두고 어찌 말이 좋아 말과 함께 살고 싶은 한 건축가의 편집증적인 과대망상으로 치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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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규 2009.11.28 19:53
    국지적으로는 가능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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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임 2009.11.28 19:53
    길에서 시멘트가 걷어지고 그자리에 풀이나고 벌레랑 나비랑
    가끔은 말 응아도보이고...이런 꿈이 현실로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첨성대 입구에서 계림숲까지 마차타고, 석빙고 근처에선 말을타고 빙~
    한바퀴돌수 있어요(여기 풀밭은 네잎클로버가 바글바글해요)
    다음에 가면 한마리 얼마인지 알아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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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9.11.28 19:53
    골프의 시대가 지나면서 다음 각광받는 스포츠는 승마라고 합니다.
    승마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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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용 2009.11.28 19:53
    어렸을 때 조랑말( 당나귀, 노새 ?) 로 짐을 끌고 다니는 것을 본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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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09.11.28 19:53
    화물과 택배를 마차로 운송하고, 아스팔트가 걷어진 곳은 말이 달리고, 주차장 자리에는 마굿간이.. 집집마다 차대신 말이 있다면.. 환경미화원은 아스팔트를 빗질하는 대신, 말의 배설물을 수거해 거름으로 재생할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정말 가슴 설레이는 상상입니다.

    대전에서 만약 이러한 구상이 실현된다면, 대전은 전국적, 아니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친환경 관광도시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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