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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구조에 대한 물성 등 예측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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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2012년 제프리 힌톤(Geoffrey Hinton)등에 의하여 딥러닝 알고리즘이 개발 소개된 이후 음성인식과 자율주행차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화학 분야에서도 2012년 UNIST의 Bartosz A.Grzybowski 그룹에 의해서 인공지능 화학 프로그램 ‘케마티카(Chematica)’가 개발되었다.

유기화학 분야의 알파고라고 할 수 있는 케미타카 같은 인공지능의 활약은 머지 않았다. ⓒ Pixabay

유기화학 분야의 알파고라고 할 수 있는 케미타카 같은 인공지능의 활약은 머지않아 여러 단계의 합성 공정을 디자인하고 최적화하는 일에 두각을 나타낼 것이 틀림없으나, 오래 숙련된 화학자의 손에 의하여 실시되어왔던 합성반응을 자율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생각되어 왔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유기합성 자동화 연구에 매우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2015년 와이트사이즈(Whitesides)가 그의 에세이 ‘Reinventing Chemistry’를 통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화학 분야에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예측한지 불과 4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제미슨(Jamison)과 젠슨(Jensen) 그룹은 인공지능 기반 로봇을 이용하여 분자량 50~750 정도의 유기분자 중에서 의약원료 및 신규물질 15종을 선정하여 역합성(retrosynthesis)을 포함하여 전합성(total synthesis) 공정 디자인은 물론이고, 이 물질들의 자율 합성을 성공시켰다.

이 연구의 합성 대상 물질은 구조적 복잡성의 정도와 입체이성체(stereochemistry) 같은 문제 등을 고려하여 아스피린 등의 의약원료물질 8종과 기타 신약후보물질인 ACE 저해제 4종 및 ANAID 관련 물질 3종을 추가 선정하여 합성하였다.

유기화합물 자율합성반응 시에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이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중요 문제는 사용 용매에 해당 물질들이 충분히 용해되지 않아 관이 막히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였지만 아직은 용해도 예측 같은 기본적인 문제조차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 결과는 오랫동안 숙련된 장인 스타일의 학자나 연구자에 의하여 유지 발전되어온 유기화학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합성 로봇이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기반 자율합성 연구는 앞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화학의 진보에 기여하는 연구자들의 호기심과 열정, 우연한 발견 등을 인공지능이 모두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자율합성 로봇은 화학자의 조력자로써 반복되는 평상적인 일을 맡아 처리하고 연구자는 창의적이고 핵심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에서 제시한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유기화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도 있지 않을까.

유기합성 분야에서는 기본 이론을 배운 후에도 오랫동안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겨우 기본을 갖추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 Pixabay

전문가는 줄고,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인공지능 기반 자동합성 연구가 시작되었고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연구현장에서 이용되려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거의 모든 실험과학은 많은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 당연하지만, 유기화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서 더욱 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유기합성 분야에서는 기본 이론을 배운 후에도 오랫동안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겨우 기본을 갖추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사실 평생 실험실에서 합성연구만 해 온 연구원들조차도 이미 잘 알려진 합성 레시피가 있어도 자신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이질적인 반응을 만나면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말하기 일쑤다.

거기에 더하여 냄새나는 기체부터 위험한 물질까지 직접 다루어야 하고 반응시키는 일 이외에도 후처리는 물론이고 화합물 분리 정제, 여러 가지 광학분석자료를 통한 구조 확인, 심지어는 쓰고 난 뒤 플라스크 세정작업까지 직접 해야 한다.

근래에 기업에 근무하는 지인들로부터 유기합성 관련 전공자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덧붙여 요즘에는 합성전공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대학에서 유기합성 분야를 꺼리는 현상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미 유기합성화학이 학문적 성숙기를 넘어선 탓에 연구비 수주가 어렵고 지명도 높은 저널에 논문 내기도 어려우므로 대학교수들도 유기합성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어렵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안 하려고 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성향 때문에 합성 전공을 지원하는 대학원생을 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반면에 신약개발 분야, 신소재 개발 분야 등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유기화합물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유기합성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특성이 있으므로 이들 연구프로젝트의 전체 기간 중에서 유기화합물을 합성하는 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Rate-determining step).

원하는 물질 및 합성법 검색에는 유용

유기합성 분야에서도 컴퓨터와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는 부분이 있다.

화합물 검색과 반응식 검색엔진이다. 기지의 화합물인지 또는 미지의 물질인지 검색하거나 어떤 물질의 합성법에 대한 문헌을 찾아보려면 예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일일이 책장을 넘기며 검색을 해야 했다. 이런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찾기도 어려웠고 메모를 해오거나 해당 페이지를 복사해야 했다. 지금은 검색엔진만으로 자기가 원하는 물질과 합성 방법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인공지능, 분자 모델링 분야는 아직 적용 어려워

모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신약개발 업무에 종사하다가 몇 년 전에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신약후보물질 몇 종을 개발하고 기술 상장을 목전에 둔 사람에게 신약물질 디자인이나 최적화 과정에 분자 모델링을 어느 정도 활용하였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분자 모델링을 믿지 않아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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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직도 컴퓨터 분자 모델링이 연구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다.

신약개발 현장에서 컴퓨터를 활용하여 신약개발 물질 디자인 및 최적화를 하려는 노력은 수십 년 전부터 있어왔다. 그런 열풍이 있고 나서 지금은 오히려 잠잠해진 듯 보인다. 실제 적용해보니 예상보다 잘 맞지 않았던 탓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신약 중에서 컴퓨터 모델링에 의해서 개발된 것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는 셈이다.

신약 타깃 효소에 대한 특정 분자의 저해 활성 예측은 물론이고 신약개발에 중요한 PK 및 용해도를 비롯한 물성조차도 예측대로 잘 들어맞지 않았던 탓이다.

소재 개발 분야의 연구현장에서도 분자 모델링은 아직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구조에 대한 물성과 소재 특성 예측이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제로 합성하여 시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실제 산업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현장에서도 아직은 보조적인 역할만을 하는 실정이다.

물론 단순한 계산에 의한 모델링을 넘어 자율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바둑이나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신약개발이나 소재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록 아직 인공지능이 연구현장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발표나 뉴스에 의하면 국내외 연구기관, 대기업 등에서는 실제로 신약개발과 신소재 개발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조만간 비약적 발전이 기대된다.

전동주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2019.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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