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일반
2019.12.26 14:30

바둑과 뇌신경계

조회 수 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프로바둑 일인자 이세돌 9단을 이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필자는 승부 그 자체나 인공지능의 발전보다 바둑이라는 그 단순한 게임이 어떻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복잡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간다. 

바둑은 가로 세로 각각 19 줄로 이루어진 정육면체 모눈 판 위에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 놓아가는 너무나 단순한 게임이지만 이 게임을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충 그 경우의 수를 계산해 봐도 0이 768개나 붙는 숫자라는 것이다(바둑의 경우의 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으므로 정확한 숫자는 논외로 함). 그 결과 바둑이 탄생한 이래 전 지구에서 두어진 모든 게임(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중 똑같은 판은 한 판도 없으리라 추측된다. 바둑을 연구하기 위해서 프로 기사들은 수십 년, 혹은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이는 19줄 모눈 판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복잡성을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단순성으로부터 복잡성이 태어나는 가장 적당한 예는 아마도 생물학 분야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개미들이 복잡한 군락을 형성하는 예를 들어 보자. 사실 개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 화학물질을 따라 행동하는 것뿐이지만, 그들의 협력은 대단한 복잡성을 만들어 낸다. 단 몇 마리의 개미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성을 볼 때, 3만 개에 달하는 우리의 유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변주곡은 복잡한 개체나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한 복잡성에 관한 한 '최후의 개척지' 또는 '우주에서 알려진 것 중 가장 정교한 구조'로 알려진 인간의 뇌를 빠뜨릴 수 없다. 마음이 발생하는 뇌신경구조에 대하여 알려면 일단은 그 복잡성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뇌신경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뇌의 특정부위(송과체)의 특정 물질 속에서 마음이 태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뇌신경과학 결론은 뇌 속에 특수한 물질은 없다는 것이다. 뇌세포라 할지라도 다른 몸의 기관들처럼 유전자 작업에 의하여 만들어진 유기물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평범한 물질로부터 거의 신적인 마음이라는 것이 태어난 것일까. 유전적으로 뇌의 탄생에 대하여 대충이라도 이해하려면 뇌신경 과학의 두 가지 역설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첫째, 3만 개의 작은 유전자로부터 어떻게 200억 개의 뉴런이 생길 수 있으며(유전자 부족), 둘째, 뇌 구조가 조금 변형되어도 그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신경 유연성) 등이다. 그에 대한 답으로 유전자는 청사진처럼 고정된 배선상태가 아니라 유연한 사전 배선상태이며, 자기조절이 가능한 단백질 합성을 위한 요리법을 제공한다고 한다고 설명한다('마음이 태어나는 곳' 개리마커스 지음). 

마음이 태어나는 뇌의 복잡성를 이해하려면 200억 개의 뉴런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뉴런 간의 연결되는 방식은 시냅스에 의한다. 뉴런의 전기적 신호가 축삭을 거쳐 시냅스에 전달되면 시냅스에서는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발생되고 그 물질이 다른 세포의 수상돌기에 전달되면 다시 전기신호로 바뀌어 다른 뉴런에 전달된다. 각각의 뉴런마다 수만 개의 시냅스 네트워크로 다른 뉴런들과 연결되므로, 메카니즘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200억 개의 뉴런이 다른 뉴런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방식(경우의 수)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숫자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많다. 그런 경우의 수를 느낌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렵지만, 단순성으로부터 엄청난 복잡성이 태어나는 것은 앞서 설명한 바둑의 예를 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뇌는 바둑판처럼 19줄 모눈 판 같은 곳에서 흑·백이 벌이는 게임이 아니며, 200억 개의 뉴런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이다. 19줄 바둑 판에서 생기는 경우의 수도 천문학적인데, 200 억 개의 뇌세포가 벌이는 현란한 춤은 우리의 감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잡한 세계다. 그 복잡한 연결이 다양한 생명현상과 생각 같은 더 복잡한 정신활동도 태어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동주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소기업 (주)켐스트리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6 일반 유기화학 자율합성 로봇 등장하나 전동주 2019.12.26 21
» 일반 바둑과 뇌신경계 전동주 2019.12.26 16
204 일반 의약화학 관점에서 본 구충제의 항암효과 전동주 2019.12.26 15
203 일반 물은 100 도에서 끓지 않는다? 전동주 2019.10.16 157
202 일반 다시 비누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동주 2019.10.16 59
201 일반 산성비누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 전동주 2019.10.16 74
200 일반 아이스와인이 더 맛있는 이유는? 전동주 2019.10.16 65
199 공지 예쁜 사랑을 이어가는 10가지비법 부쓰 2018.10.22 87
198 일반 행복한 마음 송택정 2018.06.20 75
197 일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를 읽고 이기두. 2016.03.18 1995
196 "성격이 좋은 사람은 얼굴도 잘 생겨 보일까요?" 고원용 2014.10.26 1965
195 '외국어로 생각'하는 것이 도덕적 판단에 영향 1 고원용 2014.05.25 2534
194 "9가지 놀라운 깨달음이 내 세상을 뒤집다" 7 고원용 2014.04.29 3528
193 연결된 정신: 개인이라는 지어낸 이야기를 버릴 때가 되었다 고원용 2014.04.13 2581
192 소수공상 이중훈 2014.03.22 2215
191 물방울 유체역학 이중훈 2014.01.14 2344
190 섣달 그믐 날에 동지죽을 먹다. 1 이병록 2013.12.23 2387
189 신간 [신경 과학의 철학] 이정모 2013.11.23 2608
188 <자유>에 대한 짧은 생각.. 1 미선 2013.09.05 2494
187 개똥 철학.. 3 이부원 2013.08.31 25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