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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효과에 대한 임상실험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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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구충제의 암 치료 효과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논쟁의 초점은 구충제 펜벤다졸이 실제로 암 치료 효과가 있는지와 개가 아닌 사람에게도 부작용이 없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에 논란의 시작이 개 구충제가 아닌 사람 구충제였다면 오히려 논란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개 구충제 펜벤다졸은 벤즈이미다졸 카바메이트 계열로 사람 구충제인 메벤다졸과 알벤다졸과 유사 구조로 의약화학적 관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벤즈이미다졸 카바메이트계 구충제들의 화학구조는 유사하다.

ⓒ GNU

이 물질들은 개발된 지 오래된 매우 단순한 구조의 화합물로서 합성 과정도 어렵지 않고 특허 기간도 만료되어 가격도 싸다.

구충제로서의 기생충을 죽이는 주요 작용 기전을 보면 마이크로튜블 중합 억제제로 세포의 미세소관 형성을 방해한다. 미세소관은 세포의 골격을 유지하고 영양물질이나 기타 세포 내의 다양한 구성물의 이동통로로 이용되며, 이 기관이 생성되지 못하면 영양물질 같은 것의 이동이 어려워 세포의 증식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작용 기전은 한때 기적의 항암제로 주목을 받았던 파클리탁셀, 콜치신, 빈크리스틴 등의 작용기전과 같으므로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에 의하여 오래전부터 암 치료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 보다는 사람 구충제인 메벤다졸에 대하여 연구가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같은 벤즈이미다졸 카바메이트계 화합물이므로 아마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구충제에 대한 임상실험은 메벤다졸에 대하여 이미 2013년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는 5개 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중 2개 기관에서는 메벤다졸 자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3곳에서는 다른 약제들과의 합제를 대상으로 시험 중이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항암효과에 관한 판단은 일단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들을 지켜보아야 한다. 아직도 말기 암 치료제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환자들의 처지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지만 임상시험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이 물질들의 특허는 구충제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항암효과에 대한 것이라 해도 만료 기간이 거의 다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임상시험이 성공하여 항암제로 개발된다 해도 독점권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어떤 제약업체든 이 약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로서는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쉬울 것이지만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다른 약제와의 합제 형태로 시험을 하여 단일 약제보다 효과가 우수할 경우 새로운 특허로 출원할 수 있으므로 이 방식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다른 방식이긴하나, 존스홉킨스대학에서는 2015년에 메벤다졸의 결정다형(Polymorphism)에 대하여 연구를 하여 Polymorph A, B보다 C 형태의 결정이 더 나은 약효를 나타낸다고 하여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결정다형(polymorphism)은 화합물의 결정 형태가 다른 경우를 의미한다. 원료 물질을 합성할 때 합성 방법에 따라 결정의 형태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결정의 형태가 달라지면 화합물의 물성이나 약효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에 별도로 실험 조사를 해야 하고, 식약청에 신고할 때도 이러한 자료들을 제출해야 한다. 역으로 이것을 이용하여 다른 결정체가 더 좋은 효과나 특성을 나타내면 특허를 출원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2018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는 Prodrug 개념이 도입된 연구결과를 특허로 출원한 적도 있다.

벤즈이미다졸의 아민기에 아미노산기 등을 도입하여 물질의 용해도, 생체이용률을 높이고 흡수된 다음에 분해되어 원래의 벤즈이미다졸 카바메이트 구조로 돌아가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산을 사용하여 형성된 벤즈이미다졸 카바메이트 염 형태에 대한 것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메벤다졸의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앞으로 많은 의약화학자가 이 계열 화합물의 모방 물질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 할 수도 있다.

모방 방법(Me-too method)은 이미 약효가 알려진 화합물 프로토타입(Scaffold라고 함)을 모방하여 더 나은 약효를 나타내는 물질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신약개발 방식으로 많이 이용된다.

Drug Repositioning (신약재창출)의 사례들

구충제가 항암제로 변신하는 것은 Drug Repositioning(신약재창출)에 속한다. 대표적인 예로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 중에 발기부전제로 변신한 Viagra, 전립선비대증 약인 Proscar는 Propecia라는 탈모치료제로 변신하였으며, 발모제인 Minoxidil도 원래는 혈관확장제였다.

신약개발 과정은 오랜 기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며 안전성 측면이 더 강화되는 추세라서 실패 비율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데 Drug Repositioning(신약재창출)이 새로운 신약개발 방법 중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이미 승인된 약이고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양한 신약 중에서 항암제는 약효가 좋다면 다른 치료제에 비하여 부작용에 관한 한 관용적인 측면이 있다. 항암제 치료 후에 머리가 빠진다든지 구토를 심하게 하는 현상들을 볼 수가 있는데 다른 치료제에서는 그런 심한 부작용이 허용되기 어렵다.

벤즈이미다졸 카바메이트 계열의 구충제 중에서 사람 구충제인 메벤다졸과 알벤다졸은 심한 부작용이 없어서 구충제로 허가가 되었을 것이고, 안전성에 관한 한 오랜 기간의 많은 임상 사례들이 이미 축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메벤다졸 경우 부작용에 대한 염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상시험 결과 기대에 부응할 만한 암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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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주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2019.12.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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