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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종종 비누에도 계면활성제가 들어있지 않나요? 등의 질문을 받게 된다. 이 질문 속의 계면활성제는 합성계면활성제를 지칭하고, 덧붙여 합성계면활성제에 대한 기피 심리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모든 세정제에 계면활성제는 필수적이며 비누에 사용되는 지방산염도 계면활성제의 한 종류이다.

계면활성제란 말 그대로 물과 기름(기름때)을 섞어주어 세정이 잘 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지방산염 만을 사용하였으며, 전통적인 비누의 주성분이다. 지방(또는 오일)은 동물성과 식물성이 있는데 소와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지방은 주로 포화지방이 많고 지방분자가 커서 이것으로 만든 비누는 단단하고 거칠어서 주로 빨랫비누로 사용한다.

예외적으로 같은 동물 기름이지만 말기름으로 비누를 만들면 매우 부드러워 고급 비누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말기름에는 불포화지방 함량이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포화지방산염의 경우 분자가 크면 고상화가 잘 되고 단단해지는 이유는 알킬사슬이 길면 적층(packing)이 더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며, 불포화지방산염의 경우 분자가 휘어지기 때문에 알킬사슬의 적층이 어려워 고상화가 잘 안되고 부드럽게 된다.

코코넛, 팜, 올리브오일 등의 식물성 오일은 그 분자 크기가 동물기름에 비하여 작거나 불포화지방이 많이 섞여있기 때문에 식물성 오일로 비누를 만들면 부드럽기 때문에 주로 세안용 비누로 사용한다. 비누의 주성분인 천연 유래의 지방산염도 계면활성제이지만, 천연 오일을 가수분해한 것으로 방부제나 합성계면활성제, 기타 인공 첨가물을 따로 넣지 않는다면 인체에 무해하고 생태계에도 해가 적다.

순 비누는 천연물인가?

최근에 계면활성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비누를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누는 식물성 오일을 수산화나트륨으로 가수분해반응(비누화반응) 시키면 비교적 쉽게 얻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비누가 천연 제품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논쟁하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천연 오일을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천연물이라고 주장하는 측과 독성 화학물질인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하기 때문에 천연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천연오일 지방산의 화학구조 ⓒ 전동주

이 논쟁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해당 비누가 비누화반응이 완결되어 수산화나트륨이 남아있는지의 여부다.

일단 비누화반응이 완결되지 않아서 수산화나트륨이 남아있다면 무조건 천연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등에서 소개되는 수제비누 제법 중에는 오랫동안 숙성을 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비누화반응, 즉 가수분해 반응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수산화나트륨이 남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원래 숙성이란 용어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의미하는데 비누가 발효를 할 리는 없고 남아있는 미 반응 수산화나트륨이 남은 오일과 반응하거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하여 탄산나트륨(베이킹소다)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고체가 되어버린 수산화나트륨과 일부만 가수분해된 고체 오일이 모두 반응하기는 어렵다.

비누화반응이 제대로 완결되어 거의 모든 오일이 지방산 나트륨염이 되었다면 이것은 천연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모든 세포벽의 구성 물질이고, 지방산이 소듐염으로 바뀌는 일은 PH 농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환되는 현상이다. 의약품 원료 특허에서도 특별한 염이 아니라면 이런 경우는 같은 권리를 가진 물질로 취급한다.

합성계면활성제, 싸고 편하지만 건강에도 좋지 않아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는 계면활성제란 합성계면활성제를 말하며 비록 식물 기름을 기본 원료로 사용하여 만들었다 하더라도 화학적으로 전혀 다른 물질로 변형시켰기 때문에 천연물질이 아니고 합성 화학물질인 셈이다.

현재 액체 세정제의 주성분은 대부분 합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샴푸, 바디젤, 설거지용 세제, 세탁세제 등은 대부분 합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싸고 편리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합성계면활성제는 음이온인 경우 강산인 설폰산 기가 붙어있어서 약산성염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부드럽고 세정력도 좋다. 다만 합성계면활성제의 문제는 생분해성이 좋지 않아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일부 흡수되면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물롬 음이온 이외에도 양이온, 양성, 기타 비이온성 등이 있으나 대부분 비슷한 장점과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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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합성 계면활성제의 화학구조 ⓒ 전동주

약산성 비누, 순하지만 세정력 떨어져

우리 피부는 약산성이므로 가능하면 약산성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부드럽고 좋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비누는 지방산나트륨염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약 알칼리성이다.

인터넷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약산성 비누를 만들려고 비누에 구연산 같은 산을 섞어서 약산성 세정제를 만들려고 시도하거나, 또는 왜 안 되는지 질문하는 것을 보게 된다. 원리적으로 그런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지방산은 카르복실산이 붙어있어서 나트륨이 되면 기본적으로 약 염기성이 되기 마련이고 만약에 중성 이하가 되면 나트륨염이 양성자로 바뀌어 지방산염으로부터 지방산으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 지방산염은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지만 약산성인 상태에서 지방산이 되고 나면 지용성이 되어 물에 녹지 않게 되므로 기름 덩어리처럼 분자들끼리 엉겨 붙어 세정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최근에 등장한 약산성 비누는 순수한 천연 지방산염이 아니고, 지방산 대신에 강산성인 설폰산 기가 붙어있는 화학물질로 변형하여 만든 것이다(합성계면활성제도 설폰산임). 설폰산은 지방산의 카르복실산 보다 강산이기 때문에 약산성 상태에서도 양성자로 치환되지 않고 소듐(또는 칼륨)염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계면활성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합성 계면활성제의 화학구조 ⓒ 전동주

약산성 비누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물질로서는 소듐코코일이세치오네이트 (신테트)와 소듐코코일타우린에이트 등이 개발되어있다. 이런 종류의 물질을 흔히 천연 유래의 원료라 하여 합성계면활성제와 구분하기도 한다. 이 물질의 생분해성이나 안전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원래 비누에 비해서 부드럽기는 하지만 세정력이 떨어지고, 피부가 따가운 증상(irritation)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산성 비누와 순 비누(약 알칼리성) 중 어느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 된다. 약산성 비누는 순하지만 세정효과가 약하고 피부 자극(irritation)이 있을 수 있고, 순 비누는 세정효과가 좋지만 거친 느낌이 들 수 있다. 사실 순 비누라 하더라도 비누화 반응의 완결 정도나 첨가물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두고자 한다.

전동주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2019.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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