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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01:26

[방구석 살롱] 이상한 정상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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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 가족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휘어진 신작로를 따라 골목이 여럿 있었다. 골목마다 늘어선 집들에서는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오후 내내 노는 것도 모자라 날이 저물어 저녁 먹으라고 채근하는 엄마의 큰소리가 여러 번 들린 후에야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었다. 내 어린 시절에는. 골목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시끌벅적 아이들 소리가 가득했었다. 그때는.

 

조용하고 평범한 시골에서 나고 자라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며 무디게 지내다가 이 책을 만나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가족의 범주 내에서 살았다고 생각한 날들이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해외입양, 아동학대, 미혼모, 이주아동 등의 제도적,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날것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마주하는 내내 힘들었다. 부끄럽지만 불편하고 마음 아프다는 이유로 외면했었다.

 

가족은 가장 든든한 울타리라고 생각했다. 견고하고 단단해서 어떠한 어려움에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울타리 안에서 가장 약자인 아이를 중심에 두고 ‘가족주의’가 불러오는 세상의 문제들을 제시해준다.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인간성과 도덕성, 질서,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을 생각해보고 싶어했던 저자의 의도는 탁월했다. 아이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고 독립된 인격체로도 여기지 않고 학대 또는 과보호로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와는 다른 사람을 비정상이라는 흉기와 같은 말로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편견을 갖지는 않았는지. 내가 든든하다고 여긴 그 울타리가 얼마나 옹색하고 부끄러운 벽이었는지. 반성했다.

 

생각의 끝에 정상과 비정상의 비교가 무색해지고 둘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가족이 독해질 수밖에 없게 내몰았던 공공의 역할 부재,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가부장적 가족주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가 내 아이는 물론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더욱 끔찍한 악순환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이상한 정상 가족”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나는 “정상 가족”이라는 착각 속에 뉴스 속 아픈 기사들을 외면하면 지나쳤을 거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겠다. 골목마다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환경에서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관심의 대상과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20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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