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인문사회
2015.12.09 01:22

<이슬람 학교> 이희수 (1)

조회 수 19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이슬람교 전도서적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책명“이슬람학교”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인문학습원 강좌“이슬람학교”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 이희수는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겸 박물관장이며, 터키 이스탄불대학에서 중동역사와 이슬람문화를 공부했다고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우려와는 달리 이슬람 종교를 전도할 목적의 책은 아니라는 것을 얼핏 짐작할 수 있다.

?

지난 9월 어느날 (파리 IS테러 발생하기 전) 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뒤적이다 눈에 격하게 띄는 내용이 보여 1,2권 모두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쉽고 명쾌하게 읽히며, 그리고 종이 지(紙), 축지법(縮紙法)이 강림한 듯, 쾌속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니 시간 걱정을 하지 않아도될 책이다.

그렇더라도 책 속에 담겨있는 내용만큼은‘이 빠진 세계사’에 필히 끼워져야할 잃어버린 편조각 같은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이슬람 학교”의 내용을 한만디로 세계사와 문화인류사에 있어서“오만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

과학은 반복된 실험을 통해 편견없는 객관적 결과를 내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한다. 이런 과학 정신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정신에도 깊게 뿌리 박혀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과학이 아닌 역사,문화 그리고 정치 같은 다른 분야로 넘어가면 과학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지독한 편견의 화신이 되고 만다.

?

예를들어, 동서고금 이래 대체로 사람들의 성향은 보수와 진보로 갈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보수 ㆍ진보의 틀 자체가 편견이다. 왜냐하면 그 어느 쪽도 완전한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사를 둘러보면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진리에 대한 무지의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 그런 편견들이 모여있는‘자아’야 말로 한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어쩌면 편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신활동 일 수도 있다.

때문에 나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편견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존중해 줄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

그러나 문제는 편견이‘오만’과 함께 할 때다.

나의 편견을 정답으로 착각하고, 상대방 편견은 잘못된 생각으로 몰아 부칠 때 심각한 갈등이 생기며, 이런 태도가 바로 무지의‘오만’이다.

?

혹시 이 책을 보게되는 분들에게, 먼저 읽은 독자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슬람학교’를 통해서, 이슬람의 문화의 허구와 진실을 깨닫게 된다거나, 훼손된 세계사를 복원하는 따위의 인문학적 지식 습득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역사, 문화 또는 과학이든 내가‘오만과 편견’의 정신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반문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훈련용 교재로 활용한다면 더욱 값진 독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적어도 나는 앞으로 어떤 의견을 갖게 될 때 편견과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릴 것이다.

?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기 위한 연습 - 퀴즈 ^^>

먼저, 퀴즈 하나를 던지고 책의 내용을 소개해 볼까 한다. 퀴즈의 답은 이후 글 내용 중에 자연스레 제시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아랍전통에는 일부다처제가 있다. 이슬람 꾸란에도 4명까지는 처를 두어도 된다고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민족전통에든 나름대로 마땅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일부다처제가 왜 아랍전통이 되었는지 상상력을 동원해서 허구의 이유라도 만들어 보시고 정답확인 바란다.

?

이제, 책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몇가지 묶음으로 재구성하여 소개한다.

?

< 역사 >

저자는 우선 서양인들 위주로 기록된 미흡한 세계사(우리가 공부했던 세계사)를 보완하기 위해, 먼저 고대문명부터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까지 그리고 중세이후 이슬람 문화가 동ㆍ서양에 미친 영향 등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 나간다.

이 내용들은 적어도 내가 알고 있었던 세계사에 논리상 무리없이 연결되어 추가되며, 우리가 알고있던 내용일지라도 소흘히 다뤄지고 있는 부분을 쑥 끄집어 내어 독자를 일깨워주는 대목도 많다.

?

서양 중심의 세계사는 사실상 그리스 문명부터 시작한다. 그리스 문명은 지중해의 작은 크레타 섬에서 발생 (BC2000년 경)하여 본토의 미케네 문명을 촉발한다. 그런데 크레타 문명은 당시 천년 이상 더 오래된 지중해 주변의 오리엔트와 이집트 문명이 흘러들어가 탄생한 문명이다.

그리스가 자랑하는 철학도 사실의 본토 보다는 지중해 반대편 오리엔트와 가까운 소아시아 식미지 밀레토스 같은 지역에서 발흥했다. 이렇게 인류 문명은 오리엔트에서 부터 시작하여 서구 문명의 탄생을 이끌어냈다.

?

오리엔트 문명은 잘 알다시피 BC5000년 경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기원한다.

수메르(세계최초의 문자)에서 아카드(BC2300), 바빌로니아(함무라비 법전), 히타이트(철기문화), 페니키아(알파벳), 헤브라이, 메디아 그리고 BC6 세기 페르시아 제국 순으로 이어지는 기원전의 오리엔트 문명은 유럽문명의 태동에 큰 영향을 준다. 로마제국은 이로부터 약 500년 후에나 탄생한다.

?

BC3세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에 의해 동서양 문명이 크게 융합된 후, 소아시아는 파르티아에서 사산조 페르시아로 이어진다. AD 650년 경에 아랍제국이 탄생하여 오리엔트 지역을 통일하며 당시 사산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동로마의 비잔틴제국을 성안으로 몰아 부친다. 그리고 페르시아와 비잔틴의 헬레니즘 문화를 아랍문화로 흡수하며, 서쪽으로는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동쪽으로는 인도 그리고 중국까지 세력을 뻗쳐 500년을 쭉 이어간다.

?

그리고 아랍은 1299년 오스만 튀르크족에게 무너지고, 이때부터는 다시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1922년 멸망할 때 까지 632년간 이슬람 세계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렇게 이슬람의 역사는 천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에도 57개국 16억 인구가 이슬람을 믿고 있다. 단일 종교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저자는 역설한다. 서양 중심의 역사와 함께 세계사의 뿌리이고, 중심이며, 본향인 오리엔트 역사가 이렇게 수천년 간 이어져 왔는데, 이를 제대로 기술하거나 가르치지 않는다고.

이제라도 절름발이의 세계사를 바로 잡아, 유기적으로 흐르는 자연스런 세계사로 복원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

우리가 이렇게 왜곡되고 편향된 세계관에 갇혀 있어 지금과 같은 종교, 지역분쟁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

< 잊혀진 이슬람의 찬란한 문명 >

이슬람의 기본정신은 ‘포용과 융합’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슬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그러나 이슬람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

650년 메카에서 최초의 이슬람 제국 우마이야 왕조가 시작된다. 메카는 사막 한가운데의 척박한 지역이라 고유의 문화가 일천한 곳인데, 동서양을 정복해 가면서 다양한 이질적 문화를 한 곳에서 용광로 처럼 녹여낸다. 그러면서 이슬람 문화가 천년 동안 그 넓은 지역에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진다. 문화인류학적으로 단일 문화는 고여서 썩게 되나, 소위 잡탕문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유연해지면서 생명력을 높여간다고 한다.

?

그런데, 이런 포용과 융합 문화의 전통은 이슬람의 식민지 통치방식에서 기원한다. 어렵게 정복한 많은 나라와 다양한 민족을 통치하려면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해 주고, 주류 문화로 받아들여 융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등과 폭동이 일어나 뒤집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민족 생존의 역사를 통해 깨달았던 그들이기 때문이다.

?

사산 페르시아와 비잔틴제국 문화를 포용하고 융합해낸 이슬람 문화는 9세기 초 당시 최고의 도시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세워진 세계 최초의 대학 ‘바이트 알 히크마’에서 집대성 된다.

그리스 철학, 기하학, 천문학은 물론이거니와 인도의 대수학에서 중국의 제지술, 화약, 나침반 기술이 한 곳에 모인다. 이른바 10~13세기 동안 인류 최고수준의 이슬람 르네상스를 꽃 피운다.

이와같은 강력한 신문명은 이슬람의 800년간 식민지였던 스펜인을 통해 이태리 메디치가를 중심으로 흘러들어가 비로소 서양의 르네상스를 태동케 한다.(요즘 교과서에도 추가된 내용임)

?

책에서는 이외에도 이슬람에서 어떻게 당시 최고수준의 천문학이 발달했는지, 유럽의 커피문화의 기원 등 유럽에 큰 영향을 주었던 흥미로운 이슬람 문화가 소개된다. ......(계속)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6 인문사회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강민호 김주한 2019.07.01 249
1435 자연과학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 김홍표 박용태 2018.09.27 356
1434 자연과학 <스핀> 이강영 1 박용태 2018.02.01 767
1433 자연과학 <맥스 태그마크의 라이프 3.0> 박용태 2017.12.22 427
1432 자연과학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박용태 2017.07.14 1643
1431 자연과학 <진화하는 물> 제럴드 폴락 박용태 2017.06.20 364
1430 자연과학 <진화하는 물> 제럴드 폴락 박용태 2017.06.20 243
1429 자연과학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김홍표 박용태 2017.01.04 566
1428 자연과학 <생명에서 생명으로> 베른트 하인리희 박용태 2017.01.01 1338
1427 자연과학 <바이탈 퀘스쳔: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1 박용태 2016.12.21 565
1426 자연과학 생물체를 구성하는 현상---GENOME EXPRESS을 읽고 이기두. 2016.12.20 387
1425 자연과학 <인간 존재의 의미>-에드워드 윌슨 박용태 2016.09.30 556
1424 자연과학 인간존재의 의미-에드워드 윌슨 박용태 2016.09.07 414
1423 자연과학 <불멸의 원자-이강영>를 읽고 박용태 2016.08.09 901
1422 자연과학 중력파 1 박용태 2016.05.12 1498
1421 자연과학 상대성 이론강의 스마트 2016.02.16 1734
1420 경영경제 풍요한 사회_존 갤브레이스 carrara 2015.12.22 1902
1419 인문사회 <이슬람 학교> 이희수 (2) 3 이재민 2015.12.09 1991
» 인문사회 <이슬람 학교> 이희수 (1) 이재민 2015.12.09 1942
1417 인문사회 <통찰의 시대> 에릭 캔댈 (2) 이재민 2015.12.09 19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2 Next
/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