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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2015.12.09 01:16

<통찰의 시대> 에릭 캔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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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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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한 후, 답변을 찾아간다.

왜 사람들은 미술관을 찾는 것인가? 도대체 미술은 삶에 있어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가?

일단의 미술사학자들은 예술의 존재 이유를 단순히 호모사피엔스 진화의 부산물로 보지 않았다. 관람자가 미술을 감상하면서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되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즉 생존의 본능과 관계된다고 보았다.

사실 관람자에게는 이것이 쾌감으로 여겨져 미술관으로 유인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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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작품감상은 관람자의 감정이입과 새로운 감정창출이 핵심인데,‘감정’은 먼 옛날 호모사피엔스 생존 전략인‘접근과 회피’의 핵심 판단 기준이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낯선 상대방을 마주했을 때 취해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기억과 경험은 필수적으로 그때의 감정과 함께 우리 뇌 영역에 저장되도록 되어 있다. 이후 되새겨낸 감정의 기억이 접근과 회피 상황에서 순간적 판단기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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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려면 대량의 입력 데이터를 접근과 회피의 두가지 범주로 나누어 저장하는 알고리즘이 필수적일텐데, 인간의 경우 이 분류 알고리즘이 바로 ‘감정’이 된다. 감정은 그저 애매 몽롱한 분위기나 느낌이 아니다. ‘감정’을 분석하면‘논리’로 환원된다.

그리고 문명의 진보와 함께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경험이 복잡해지면서 대응하기 위한 감정도 복잡하게 진화해왔다. 지금도 IS 자살테러, 환경파괴, 인터넷 생활과 같이 우리가 겪고있는 경험에 대한 감정 뿐 아니라, 우주, 외계인, 양자세계와 같은 미래의 상황을 간접경험 할때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감정이 생성되어 뇌에 쌓이게된다. 즉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존전략을 위한 감정의 끝없는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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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감정’은 접근과 회피의 이분법적으로 간단히 범주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우 복잡한 여러가지 신경전달 물질에 의해 다양하게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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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번 웃고 넘어가기 위한 몇가지 감정유발 상황의 사례를 나름 구성해 보았다.

우리 삶에 있어 복잡 미묘한 감정의 묘사는 역시 대중가요 가사에 잘 나타나는데,

이런 감정은 이미 먼 옛날 우리의 조상 호모사피엔스들도 경험했을 것으로 생각되어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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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피나는 노력 끝에 사냥감을 잡았으나, 뿔에 치어 피흘리며 누워있는 아들 크로마뇽인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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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 4만년 전 어느 날, 계곡 저편의 털복숭이 네안데르탈인을 바라보며 서 있는 노회한 크로마뇽인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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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증의 강

- 환상의 협공으로 사냥에 성공하지만, 사냥감 배분문제로 늘 다투는 친구 크로마뇽인을 생각할 때의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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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듯이 감정의 근원은 삶의 유희가 아니고 생존 전략이다. 인간은 이러한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우리 생활에 함께 하는 음악, 제품의 디자인 그리고 TV드라마가 모두 우리의 감정을 다룬다. 현대인은 이를 통해서 사회와 소통하고 각자가 더 안전한 생존, 다시말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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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감정과 관련된 무의식의 정신세계 그리고 창의성에 관해 연구내용 등을 소개하고 본인의 의견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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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듯, 우리의 뇌는 수리,논리,언어,규칙 등을 관장하는 좌뇌와 통합적 인식, 공간력, 예술, 창의력을 담당하는 우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상대쪽을 억제ㆍ통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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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형’을 만드는 것은 인간 뇌에 있는 지각적, 감정적, 사회적 체계들의 핵심적 기능인데, 화가가 미술작품을 창작하고 관람자가 그것을 재창작할 수 있는 것은 둘 다 이 모형화 능력 덕분이다.

그런데, 학자들의 오랜 임상병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좌뇌의 언어기능에 문제가 있는 난독증 환자들의 경우 창의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이 많은 것으로 검토되었으며(레오나르도 다빈치, 월트 디즈니, 존 레넌, 마크 트웨인 등), 그 외에도 좌뇌 질환을 겪는 일반 환자들이 뛰어난 예술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실증적 연구가 보고 되었다.

특히 캘리포니아 대학교 신경학자 브루스 밀러의 흥미로운 환자 연구사례를 보면, 잰시 챙이라는 고등학교 미술교사가 있었는데‘좌뇌’이상으로 인한 후천성 치매로 사회생활과 언어구사에 문제가 생겨 학교를 그만 두게 되었는데, 미술활동만은 계속할 수 있었다(예술을 담당하는 우뇌는 정상).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잰시 챙은 평생 사실주의 작품을 그려 왔는데, 발병이후 부터는 인위적 색체, 신체에 대한 극단적 왜곡, 과장된 얼굴표정 등 마니에리즘적 화풍과 함께 추상적으로 작품 경향이 바뀌어 갔다.

결국 인간의 우뇌의 예술성ㆍ창의성은 평소 좌뇌에 의해 통제ㆍ억제되고 있으나, 이것이 어떤 이유로 풀리면 우뇌의 창의성이 고조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게 되었다.

또 임상심리학자 레이필드 재미슨의 연구가 소개되었는데, 이 연구는 고흐, 뭉크와 같이 조울증에 시달린 세기적 예술가 들이 많이 있음을 주목하고, 임상 분석결과 우울증에서 조증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여러 착상들이 물 흐르듯 잇달아 솟구치면서 독창적인 방식으로 결합하여 창의성이 창발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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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 후반 무의식과 창의성에 관한 서술은 그간의 뇌과학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부분만도 적은 양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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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으로, 꼭 한가지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먼저, 송구하지만 필자가 오래전 쥬라기 공원 첫편을 관람했을 때 인상 깊었던 경험부터 얘기해야 겠다.

보신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영화 도입부에 공룡 뼈를 찾으러 오지를 헤매는 고고학자와 동료들의 반복되는 일상사가 평범하게 그려진다. 이후 이들은 쥬라기 공원에 초대되어 별기대 없이 사파리 차를 타고 들어서는데, 평생 상상속에 그려왔던 엄청난 공룡들이 초원을 거니는 생생한 광경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때의 고고학자의 표정 연기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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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년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유튜브를 통해 알고 놀랐다. 바로 하버드 의대 뇌신경학자 질 볼트 테일러의 “뇌졸증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다”TED 강연이 그것이다(이미 알고계시는 분도 많겠지만).“긍정의 뇌”(질 볼트 테일러, 윌북, 2010)라는 제목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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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박사는 어느날 잠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나면서 순간적으로 자신이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좌뇌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그리고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남은 우뇌를 통해 자아가 해체되고 외부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난 좌뇌가 끊이 없이 종알종알 말을 걸어오며 현실을 직시하라는 암시를 계속 보낸다. 테일러 박사는 오랫동안 실험실과 환자의 임상관찰을 통해서 막연히 추측했던 정신이상의 뇌상태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굉장한 행운을 거머진 뇌과학자라고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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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직 못 보신 분은 20분짜리 TED 강연이라도 꼭 시청해 보기 바란다(가능한 책 일독도 함께 권함). 본서‘통찰의 시대’후반부 내용과 관련하여 큰 공감과 함께 존재에 관한 많은 영감 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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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마치며, 애릭캔델의‘통찰의 시대’야말로 시대의 명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손 잘 닿는 서재에 꽂아 두고 반복해서 되새김질 해야할 책으로 나름 선정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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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신경미학에 대한 놀랄만한 식견도 그렇거니와, 특히 탁월한 표현력에 놀랐다. 비록 번역이지만 주옥같은 문장이 매 페이지마다 넘쳐난다. 여러 문장을 따로 뽑아 정리하고 외우려 노력했으며,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이 꽉 차오르는 행복감이 몰려왔다.

미술사나 미학,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나중에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익혀야할 값진 내용과 보석처럼 빛나는 구절이 많다. 좋은 책을 선정한 백북스 운영진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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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독후감이 너무 길어져서 요약해볼까 하다가, 애릭캔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냥 두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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