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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가을이었던가, 운이 좋게 영주 부석사에서 저녁예불을 볼 기회가 있었다. 가사장삼을
걸쳐 입은 스님이 법고, 목어, 운판에 이어 범종을 울릴
. 낮 동안의 밝고 가볍던 기운은 조용히 다가오는 밤에게 자리를 내주듯 종소리와 함께 서서히 물러가고
있었다. 시인 강은교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풀어 꺼내 들려주신 티베트 종의 울림을 듣는 순간, 늦은 가을 부석사의 긴 여운이 따라 들어와 은은하고 잔잔하게 울렸다


불교에서 '종은 소리를 통해 중생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도록 이끌어준다'
한다. '종소리를 듣는 순간,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종소리를 듣고 법문을 듣는 자는 생사의 고해를 넘어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도 한다. 티베트 종소리와 함께 강연 자리에 나타난 바리는 신화 속의 공주일 수도 있고,
바리연가집을 낸 시인일 수도 있고, 스마트폰을 보며 퇴근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다만 번뇌를 끊고 매일 반복되는 생사의 고해를 넘어 깨달음을 '아직' 얻지 못해 헤매고 있을 뿐이다


"사이의 시학 - 닿지 않기에 아름답다"는 강연의 제목처럼, 선생님은 닿지 않는 것을 닿게 하는
것이 예술의 힘이고, 할 수 없기에 할 수 있으려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행위라고 한다. 시간이나 인간이나 모두 '사이 간'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이는 모두 관계의 이야기이고 '사이'가 비어있는 듯 하지만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중성/다층성/중층성의 은유를 통해서 시의 힘이 생기고, 화자와 시의 주인공과 독자가 하나가 되었을 때 시는 실재 이상의 존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자아의 힘을 가진 현재적
상상력으로 시를 써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선생님은 벤야민의 '거리 산보자'를 빗댄 '바리 산보자'
되어 삶과 죽음 사이, 신과 인간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현실과 이상 사이, 젊음과 늙음 사이, 음악과 미술 사이, 그와 나 사이,
부산과 대전 사이 어딘가를 끊임없이 항해 하듯 떠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리공주는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바리가 병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시공간의 구분이 모호한 타계를 방문하여 치료에 필요한 약을 얻어 돌아온다는 신화이다. 현재의 바리는 모든 고난과 모험을 거쳐 영웅이 되지도 못했고 신이 되지도 못했다. 신화 속 여정의 끝에 이르지 못하고 여전히 어딘가를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선생님께 '아벨 서점'이 인생에서 문학순례 길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선생님의 여정도 우리의 여정도 끝에 다다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정 깨달음을 얻어 온전하고 완전해질 수 있을까? '닿지
않기에 아름답다'는 말을 되새겨 보면, 어느 길 위에 또
다른 여정 위에 있는 지금이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깨달음을 구하는 어리석은
물음에,

'일찍이 나의
것이었던 너, 미래'에서 잠시 다녀간

또 다른 바리인 듯한 "유화이서안나"
'
몰라요'라는 말이 정답일지도......
 




201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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